페널티킥 실축 뒤 아쉬워하는 케인.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간판 공격수이자 손흥민(30)의 절친한 소속팀 동료인 해리 케인(29·토트넘)이 '축구 종가' 역사상 A매치 최고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고도 결정적인 페널티킥 실축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쓸쓸하게 마쳤다.
케인은 1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9분 1-1 균형을 맞추는 동점 골을 터뜨렸다.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은 프랑스의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부카요 사카를 걸어 넘어뜨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케인이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이 골로 케인은 자신의 A매치 53번째 골을 기록, 은퇴한 웨인 루니와 함께 잉글랜드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위가 됐다. 명실상부 잉글랜드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반열에 든 것이다.
아울러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케인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으로 4번째 골을 넣어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도 세웠다.
이후 프랑스가 올리비에 지루(AC 밀란)의 득점포로 다시 앞서 나간 후반 36분 메이슨 마운트(첼시)가 테오 에르난데스(AC 밀란)에게 당한 파울로 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돼 케인은 루니를 앞지를 절호의 기회까지 맞이했다.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중요한 페널티킥 키커는 어김없이 케인이 맡았고, 케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른발 슛을 때렸으나 이번엔 공이 허공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부담이 컸던 탓인지 너무 강하게 힘이 실려 떠버렸다.
이 실축 이후 만회하지 못한 잉글랜드가 결국 1-2로 져 탈락했고, 케인은 아쉬움을 곱씹으며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을 마쳤다. 그의 '무관 커리어'도 연장됐다.
케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세 차례 득점왕에 오르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6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해왔지만,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우승과는 영 인연이 없었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 이후 월드컵에서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케인이 성인 대표로 데뷔(2015년)한 이후 치른 두 차례 대회도 마찬가지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는 2016년 16강 탈락했고, 지난해 열린 유로 2020에선 결승까지 올랐으나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오래 몸담은 토트넘에서도 케인은 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1순위'까지는 아니었으나 잉글랜드도 케인을 앞세워 정상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프랑스와 접전을 이어나가며 꿈을 부풀렸으나 케인이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케인은 "정말 힘든 밤이다. 나도 팀도 처참하다"며 "주장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며, 페널티킥을 놓친 책임감도 느낀다"고 곱씹었다.
그는 페널티킥을 놓친 데 대해 "내 준비를 탓할 수는 없다. 첫 번째 때처럼 두 번째 시도를 할 때도 자신감이 있었다"며 "물론 아픈 일이며, 오래 아플 테지만, 그것도 팀의 주장이자 리더가 되는 것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케인은 대회 전반적으로는 "8강에서 끝났고, 우리가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었을 거로 느끼지만, 우리의 경기력과 지나온 길은 흥미진진했다"며 "우리는 매우 밝은 미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