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조정' 꺼낸 경찰… 학부모 반발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조정' 꺼낸 경찰… 학부모 반발
제주경찰청, 어린이보호구역 12개 구간 대상 의견수렴
특수학교 2곳·어린이집 10곳 포함… "보행 요인 적어"
학부모 "통행하는 아이 적다고 속도 상향? 납득 어려워"
  • 입력 : 2023. 01.17(화) 16:06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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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 있는 영지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경찰은 이 구역의 제한속도 조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경찰이 제주도내 어린이보호구역 일부 구간의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의견수렴에 나선 가운데 적절치 않은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보행요인이 적은 곳을 중심으로 속도 조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상 구역에 포함된 특수학교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17일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경찰청은 지난 4일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청에 공문을 보내 제주영지학교, 서귀포온성학교 등 도내 특수학교 2곳과 어린이집 10곳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수렴을 요청했다. 이 12개 구역은 모두 일주도로에 포함돼 있는 곳으로, 지난 2021년부터 전국 시행된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적용되는 구간이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부 주요 도로는 시속 50㎞, 주택가 등 이면도로와 어린이보호구역은 시속 30㎞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를 줄인다는 이점이 있지만 불필요한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상존하면서 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9월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주도로 4개 구간의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사고 위험이 적고 보행자가 적은 간선도로 4곳에 한해, 기존 시속 50㎞를 시속 60㎞로 올린 것이다.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된 이후 첫 상향 조정 사례다. 이번 어린이보호구역 12곳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선 것도 이러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영지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경찰 “안전과 통행 조화 고려” vs 학부모 “납득 안돼”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찰은 "보행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어린이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A씨는 "교육청이 (경찰청의 요청으로) 학교 측에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완화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했다"면서 "이유를 들어보니 특수학교는 학생 대부분이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부모가 등하교를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을) 통행하는 아이들이 적다는 이유로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되레 장애인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교육청 측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학교 측의 의견을 수렴했고 오늘(17일) 쯤에 그 결과를 경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두 학교 모두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완화할 경우) 특수학교 학생 특성상 위험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의견수렴의 취지는 '안전'이라는 최우선의 원칙 아래 소통도 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현재는 의견수렴 과정일 뿐 속도를 상향하겠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의견수렴 결과를 보면서 이후 절차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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