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말기 암 환자의 통증은 피할 수 있을까?

[한치화의 건강&생활]말기 암 환자의 통증은 피할 수 있을까?
  • 입력 : 2023. 02.08(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암 환자들은 지금 통증이 없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통증에 대해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통증으로 고생한 암 환자를 직접 경험한 가족이나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고 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일어난다. 극심한 통증은 말기 암 환자들의 약 1/3에서만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과거 아주 심한 통증이 성공적으로 조절된 암 환자 한 분을 소개한다.

환갑이 넘은 남자가 진찰실을 찾아왔다. 부인이 전이된 담낭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아 왔지만 효과가 없어서 암 치료를 중단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있음에도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남편은 단 하루를 살더라도 아프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바로 입원해서 통증의 부위와 강도, 그리고 현재 복용하는 진통제의 종류와 용량을 자세히 다시 평가했다. 통증의 강도는 10등급(0은 하나도 아프지 않은 점수이고 10은 제일 아픈 점수) 중 7~8등급으로 심했고, 하루에 5차례 이상 갑자기 심한 돌발통이 일어나서 먹자마자 통증이 없어지는 속효성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양의 마약을 사용하다 보면 나중에 마약중독과 더 이상 약이 듣지 않게 된다는 염려 때문에 환자와 남편이 진통제를 줄여서 복용하고 가능한 고통을 참았다. 입원 후 매일 복용해 온 마약성 진통제의 총량을 토대로 앞으로 24시간 동안 정맥으로 연속 주입할 모르핀의 기초 투여량과 돌발통이 있을 때마다 통증을 바로 제압하기 위한 모르핀의 1회 투여량을 결정해 바로 투약을 시작했다. 그리고 돌발통이 나타나면 절대 참지 말고 모르핀 주사를 맞도록 지시했다.

이상과 같이 통증을 조절하면서 수일 후에는 통증이 0~1로 감소했고 돌발통도 하루 1~2회로 줄었다. 오랜만에 웃는 표정을 되찾았고, 잠도 편히 자고, 식사량도 늘었다. 환자와 남편은 비로소 마약과 관련된 오해들을 풀게 됐다. 퇴원을 준비하기 위해 모르핀의 연속 주사 대신 대략 72시간 동안 피부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는 반창고 형태의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로 교체했고 돌발통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위장관으로 흡수되는 속효성 경구용 마약을 즉시 복용하도록 교육했다. 드디어 정해진 투약 프로그램을 환자 스스로 운영할 수 있을 때 퇴원을 허락했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일이다. 그 환자는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다른 암 환자의 딸을 눈여겨보았다가 자기 아들과 인연을 맺었다.

자신들에게 고통만 주었다고 생각했던 암이 소중한 며느리와 사위를 얻게 해 줄지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으리라. 지금은 두 환자 모두 하늘나라에 있지만 두 집안의 며느리와 사위가 한 병실에 있던 어머니들을 정성껏 돌보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전문의사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12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