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숙의 한라시론] '세계여성과학인의 날'에 생각하는 히든 피겨스

[민무숙의 한라시론] '세계여성과학인의 날'에 생각하는 히든 피겨스
  • 입력 : 2023. 02.09(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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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매년 2월 11일은 세계여성과학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Women and Girls in Science)이다. 과학 분야 내 성별 고정관념과 불평등을 없애고 과학계 진출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2015년 제70회 유엔 총회에서 제정됐다. 해마다 전 세계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안건을 채택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독려하는 행사가 열린다.

여성과학자의 증가는 연구개발성과와 과학기술력을 전반적으로 제고하는 효과가 크다. 이에 과학기술 선도국가에서는 다양성·포용성 제고를 위한 조사, 관련 지침과 권고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지원및육성에관한법률'을 제정, 여성과학자 육성 및 연구·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여성의 창의적 역량을 높이고 과학기술분야 조직 문화 등 생태계변화를 꾀하는 것이 1단계 정책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연구개발 모든 과정에서 성(생물학적 성별)과 젠더(사회문화적 성별) 분석을 도입해 편향성을 제거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로운 과학기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젠더혁신(gender innovation) 정책이라고 일컫는다.

이 정책은 EU 최대 규모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Horizon 2020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바 지원받는 모든 프로젝트는 계획수립, 개발과정, 결과분석 전 과정에서 젠더분석을 필수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그 결과 여성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의약품의 문제를 발견하는 등 의·생명분야를 넘어 모빌리티, 환경오염, AI, 감염병 등 과학기술 개발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발전은 그동안 여성과학자들의 증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시선은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렌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여성과학자들의 공헌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중이 쉽게 떠올리는 여성과학자는 마리 퀴리 정도이다. 과학자(scientist)라는 용어의 탄생도 18세기 여성과학자 메리 소머빌의 물리과학분야 저술이 그 계기가 된 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2017년 개봉된 '히든 피겨스'는 미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공헌한 세 명의 흑인 여성과학자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의미 있는 영화이다. 나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에 걸쳐 기존 연구소와 워싱턴 본부의 명칭을 이들의 이름으로 개칭하고 히든 피겨스 거리도 만들었다. 여성과 흑인이라는 이중 차별을 넘어서 미해결의 달 착륙을 성공시키고 평등의 가치를 높인 이들의 업적을 가시화한 것이다.

혁신을 일으킬 히든 피겨스, 어떤 사람들이 더 있는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매해 기획·출간하는 여성과학자 시리즈를 보시라. 자녀들에게도 권하시라. '과학하는 여자들', '공학하는 여자들', '수학하는 여자들' 등 새로운 길을 개척한 국내외 여러 여성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과학계 여성 히든 피겨스가 변화시킬 세상을 기대한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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