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최근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만찬의 대표 메뉴로 주목받았던 경상북도의 독보적 축산 브랜드 '경주천년한우' 관계자가 제주의 원도심, 건입동에 위치한 '만덕양조장'을 방문했다. 영남권을 상징하는 고품질 한우 브랜드와 제주의 나눔 정신을 빚는 마을기업의 만남은, 단순한 지역 간 교류를 넘어 '로컬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로컬 브랜드의 생명력은 그 지역만이 가진 '정체성'에서 나온다. 경주천년한우는 전국 최초로 HACCP 전 단계 인증을 획득하며 소비자의 절대적 '신뢰'를 구축한 브랜드다. 반면 만덕양조장은 의인 김만덕의 구휼 정신을 계승해 주민들이 직접 술을 빚고 수익을 마을에 환원하는 '나눔'의 상징이다. 이 두 브랜드의 협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대목은 바로 '신뢰'와 '나눔'이라는 서로 다른 결을 가졌지만 상호보완적인 가치의 융합에 있다.
성공적인 로컬 콜라보를 위해서는 첫째, 맛의 정교한 페어링을 넘어선 '스토리의 연결'이 필요하다. 지난 2월 출시한 35도 증류주 '제주 김만덕'은 감귤의 화사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이는 한우 특유의 진한 육향과 기름진 풍미를 깔끔하게 잡아주는 최적의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혀끝의 미각만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경주의 명품 한우와 제주의 의로운 술이 만나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가장 가치 있는 한 상'이라는 서사가 입혀질 때, 비로소 브랜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둘째, 지역적 경계를 허무는 '로컬 큐레이션'의 확대다. 경주천년한우의 유통망과 만덕양조장의 로컬 콘텐츠가 결합한다면, 경주에서는 제주의 화사함을, 제주에서는 경주의 깊은 맛을 경험하는 색다른 미식 투어가 가능해진다. 이는 각 지역의 팬덤을 공유하며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시키는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 소비(Value Consumption)의 실현이다. 만덕양조장은 수익금 일부를 마을 취약계층 밥상을 위해 사용한다. 이러한 사회적 공헌 모델에 경주천년한우라는 신뢰의 자본이 결합한다면, 소비자들은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행위에서 '지역 상생'이라는 사회적 효능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로컬 브랜드의 협업은 결코 '규모의 경제'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의 내실을 기하는 '깊이의 경제'에 집중한다. 경주와 제주, 서로 다른 땅에서 자란 두 브랜드가 '진정성'이라는 공통분모로 손을 잡을 때, 우리는 로컬 브랜딩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지역의 자부심을 지키는 가장 품격 있는 방식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번 만남이 천년의 세월을 이겨낸 경주의 우직함과 김만덕의 따뜻한 나눔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로컬 콜라보 모델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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