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뮤지컬 영화의 수난

[김정호의 문화광장] 뮤지컬 영화의 수난
  • 입력 : 2023. 02.14(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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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국 영화시장에서 뮤지컬 영화는 안된다는 오래된 속설이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뮤지컬 공연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들이 경제성장과 더불어서 한국뮤지컬 공연의 전성기를 가져왔고, '레미제라블'(2012)이 한국 관객 590여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라라랜드'(2016)가 35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러한 속설이 깨지는 듯한 조짐이 보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8090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암에 걸린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기존의 우리나라 대중가요로 풀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2022)는 117만여 명의 관객이 보면서 준수한 수준이고, 안중근 의사를 다룬 무대 뮤지컬을 각색한 '영웅'(2022)은 315만여 명이 보고 있다. '삼거리 극장'(2006), 재편집해 감독판까지 만들어낸 판소리 뮤지컬 '소리꾼'(2020)은 주목받지 못했다. 경제 대공황, 1,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거나 영화를 위해서 창작한 뮤지컬을 선보이면서 성장한 뮤지컬 영화는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뉴욕 같은 대도시에 가지 않고 동네 영화관에서, 비싼 무대 뮤지컬 입장료 대신 저렴한 영화관람료를 받고, 관객들에게 제공해 왔다. '오즈의 마법사'(1939).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등 뮤지컬 영화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화려한 색채와 현란한 군무, 아름다운 노래, 스펙타클한 화면을 통해서, 현실과는 다른 뮤지컬 세계를 만들어내었고, 내가 사는 근심 걱정 많은 세계를 떠나서 뮤지컬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2009년 윤호진이 무대에 올린 '영웅'은 2022년까지 계속 흥행하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명작이다. 안중근 하면 정성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각인된 무대 배우가 직접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았고,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감독 윤제균이 연출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명작 뮤지컬 영화가 나오는가 하는 기대를 하게 했다. 한국전쟁, 파독 광부와 간호사, 월남전 등 어려웠던 시절 잘 살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던 박정희 시대를 향수하게 하는 시대의 흐름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넷플릭스 등 OTT의 시대가 되어서 그런가, 영화 입장료가 너무 올라서 그런가, 코로나 보복 해외여행 열기로 모두 일본에 가서 그런가, 논산 훈련소 벽에 그려진 '위국헌신 군인본분'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던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가, 혹은 클로즈업과 빠른 편집, 현란한 카메라 워크,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뮤지컬 영화의 특색을 살리지 못해서 그런가. '장부가'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국민교육헌장 세대가 아닐지라도 사나이 마음에 뜨거움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이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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