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입춘이 지나자 봄의 전령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수줍게 피어난 봄꽃의 인사에 마음이 설렌다. 마침 봄꽃을 주제로 한 축제도 열려 상춘객을 유혹한다.
▶겨울의 끝을 알리는 매화 만개
매화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꽃망울을 터뜨리려 딱딱한 나뭇가지 속에서 혹독한 계절을 인내했다. 매화 꽃말 중 하나도 인내다. 매화 꽃 앞에선 겨우내 단단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지금 매화는 완전히 '만개'했다. 기상청 기준에 따라 개화는 표준 관측목 한 가지에 꽃이 세송이 이상 활짝 피었을 때를 말하는데, 나무 전체가 꽃으로 물드는 '만개'는 대개 개화 시점으로부터 1주일 뒤 이뤄진다. 올해 제주지역에서 매화는 지난해보다 12일 늦은 지난 8일 '공식' 개화(서귀포기상관측소 표준목 기준)했으니 지금쯤이면 만개해 절정을 이룰 때이다.
제주에서 매화로 유명한 곳은 여럿 있다. 매화를 주제로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은 오는 12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다음달 24일까지 축제를 연다.
한림공원에서는 버드나무처럼 늘어지는 80년생 능수매화가 장관을 이루며, 20년 이상 된 백매화, 홍매화, 겹백매화, 겹홍매화, 청매화 등이 만발해 관람객들에게 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직접 가꾼 매화로 '매화 올레길' '매화정원' 등을 조성해 관람객을 맞이하며 매화 포토존을 준비했다고 한다. 다만 이들 공원은 유료 입장이다.
무료로 매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서귀포시 걸매생태공원과 칠십리시공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오는 25일 칠십리시공원 일대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시부 주최로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가 행사가 열려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기에 좋은 기회다. 올해는 문인들의 시 낭송과 더불어 서귀포를 노래한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창작곡 10곡이 바리톤 심우철, 테너 한동균, 소프라노 한소영 등 성악가들을 통해 처음 선보인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유채
유채꽃도 제주의 대표적인 봄꽃 중 하나다. 대개 제주에서 유채꽃은 11월 말에 파종해 3~4월 만개하지만 2월인 지금도 도내 곳곳에서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지금 볼 수 있는 유채꽃은 대개 개량 종인 산동채로 개화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유채꽃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자 개화시기를 앞당기는 연구를 통해 산동채가 탄생했다.
산동채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채소식물로 유채와 배추의 중간 잡종으로 알려졌지만 유채의 개량종인 만큼 일반적으로 유채꽃으로 혼용돼 불린다. 제주의 유채꽃 명소로는 성산일출봉과 용머리해안 일대 등이 꼽힌다.
▶추사 김정희도 반한 수선화
수선화도 한창이다. 하얀 자태를 뽐내는 수선화는 제주에 유배 온 추사 김정희(1786년~1856년)가 사랑하고 위로 받은 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추사는 제주 유배시절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는 수선화의 담담한 기품에 반해 시를 지었다. 추사는 시에서 수선화를 이렇게 찬양했다. '한 떨기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 그윽하고 담백한 성품이 냉철하고도 빼어나구나(중략)'. 수선화를 볼 만한 곳으로는 한라수목원을 포함해 추사 김정희가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찾았던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항교 등이 있다.
이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