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국제녹지병원에 대한 2차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의 적법성을 가리는 소송에서 취소 사유가 된 병원 매각 책임을 놓고 제주도와 병원 운영사가 네탓 공방을 벌였다.
제주지방법원 행정제1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14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해 6월 제주국제녹지병원의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다시 취소한 것에 대해 적법성을 가리는 다툼으로, 녹지제주와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놓고 벌이는 세번째 법정 공방이다.
앞서 녹지제주는 제주도가 지난 2019년 4월 기간 내에 병원을 개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설 허가를 취소하자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영리병원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했지만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소송을 벌이는 동안 병원 건물과 토지를 국내법인에 매각해 의료기관 개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시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제주에서 영리병원을 설립하려는 외국법인은 병원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개설 허가 취소 소송과 별개로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단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는 녹지제주가 이겼지만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혀 제주도가 승소했다. 이 사건은 녹지제주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녹지제주는 병원 매각에 이르게 된 책임이 제주도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녹지제주 변호인은 "2017년 8월 병원 개설 허가 신청을 했지만 제주도는 심사를 연기하고 공론화위원회에 회부해 1년 간 허송세월을 보낸데 이어 (이제와서) 물리기 어려우니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했다"며 "영리병원 필요성을 (의료계와 지역 사회에) 설득할 책임은 제주도에게 있지만 (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부담을) 외국기업이 다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차) 개설허가 취소 소송 때 1심에서 패소해 병원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기업 존속과 재정난을 타개 하기 위해 병원 건물과 장비를 일시적으로 매각해 현금화 했던 것"이라며 녹지제주의 귀책 사유로 인해 병원을 매각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개원 허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녹지제주 측은 변론과정에서 '제주도가 비겁하다' '공무원들이 사실을 왜곡한다' '사실 관계를 깡그리 무시했다'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제주도정을 비판했다.
제주도는 녹지제주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주도 변호인은 "최초로 허가된 외국의료기관이고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숙고할 수 밖에 없었다"며 "시간이 걸렸다고 해서 이런 정책 결정 과정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지제주는 (병원 운영 재개를 염두에 두고) 일시적으로 병원을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병원 건물 등을 인수한 국내법인과 맺은 계약에는 병원 지분을 되살 수 있다는 식의 환매 조건도 없다"며 "또 (1차) 개설허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병원을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나흘 만에) 병원 건물·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 등기했다. 이때 이미 병원 운영 포기 의사를 확정 지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주도 변호인은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은 녹지제주가 자초한 것"이라며 "이미 개설 허가 취소 사유가 발생했는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녹지제주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1만7679㎡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했으며 제주도는 이듬해 12월 5일 녹지제주에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은 진료 거부에 속해 의료법 위반 논란 등이 있다며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았고, 도는 이듬해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