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주4·3 75주년] (1)반복되는 왜곡·폄훼 논란

[특별기획 제주4·3 75주년] (1)반복되는 왜곡·폄훼 논란
해묵은 색깔론·망언 되풀이… "원천 차단을"
  • 입력 : 2023. 03.27(월) 00:00  수정 : 2023. 03. 28(화) 18:37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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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주년 4·3을 일주일여 앞둔 26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도민들이 위패봉안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4·3사건이 75주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제주4·3은 4·3특별법 후속조치로 인한 보상금 지급이 시작되고 직권재심을 통한 무죄판결이 이뤄지는 등 의미있는 한걸음을 내딛었다. 본보는 4·3 현안에 대한 다각도의 진단을 통해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남아있는 과제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모색한다.

국회의원 망언부터 현수막 게시까지 연이어 발생
역사적 진실 왜곡 이념 논쟁 통해 세력 결집 노려

4·3특별법 상 처벌·제재 근거 없어… 개정 필요성

제주4·3은 2000년 4·3특별법 제정, 2003년 4·3진상보고서 채택과 대통령의 사과에 이어 2022년 보상금 지급, 국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 진행 등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고난의 길을 헤쳐왔다.

그러나 일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이념 논쟁을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수단으로 4·3을 폄훼,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이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제주4·3 왜곡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명문화한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국회의원 망언부터 현수막까지… 4·3 왜곡 논란=제75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최근 제주 전역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공공연히 내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이름으로 게시된 현수막은 도내 약 80여 곳에 4·3추념식 하루 뒤인 내달 4일까지 게시될 것으로 예정됐다.

이에 도내 4·3관련 단체와 제주도·제주도의회·교육청, 정치권까지 나서 현수막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4·3유족회는 해당 현수막을 내건 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문제의 현수막을 정당한 방법으로 철거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고 있는 탓이다. 해당 현수막들 역시 '정당' 명의로 게시되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도 이를 통상적 정당활동이라고 해석했다.

또 앞서 지난달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은 '제주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북한 지령설'을 언급하는 망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4·3 단체들은 이같은 4·3 왜곡 행위에 대해 "지난 수 십년간 제주 도민사회를 괴롭혀 온 색깔론을 다시 덧씌우며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고 있다"고 지탄했다.

▶'왜곡·폄훼' 처벌… "4·3특별법 개정"='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제13조는 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 보호를 위해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부가 2003년 펴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4·3에 대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라 정의하고 있다.

일부 극우단체들이 주장하는 '북한의 지령설', '공산폭동'이라는 표현은 보고서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즉 이들의 주장은 현 4·3특별법이 명시한 '진상조사 결과에 관한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재 또는 처벌 근거는 명확치 않다. 현행 4·3특별법은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할 뿐, 제31조(벌칙) 조항과 연계돼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제31조는 허위로 보상금을 받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단체 구성, 집무집행 방해, 비밀 엄수와 관련한 내용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21년 4·3특별법 전부개정이 이뤄질 당시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보상금 문제와 수형인 희생자들에 대한 직권재심 등에 방향이 집중되며 허위사실 유포 관련 처벌조항 마련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최근 제주 4·3을 왜곡할 경우 처벌 조항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태영호 의원의 4·3 관련 망언을 계기로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제주 4·3진상조사 결과나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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