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마을회관에서 마련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마련, 유가족에게 유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한라일보] "구순을 앞둔 아버지의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다 풀 수는 없겠지만 유해 발굴에 따른 신원 확인으로 지금까지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일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마을회관에서 마련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서 고(故) 허창식 하사(현 계급 상병)의 조카인 허만영씨는 아버지 허창화(89)씨를 대신해 이 같은 감사의 말을 대신했다.
허창식 하사의 유해는 오는 6월쯤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될 예정이며, 이날 유가족들은 전쟁 당시 사용했던 유품과 실탄,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 참전경로 등을 담은 '호국의 얼 함'을 받았다. 유가족은 이날 받은 유품을 들고 대정충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허만영씨는 "아버지(허창화)는 형님인 허창호·창식 하사 두 분이 전사하면서 어린시절 주변으로 부터 많은 설움을 받았고, 약주를 드실 때마다 원망 섞인 목소리를 자주 하셨다"고 했다. 형님들을 잃고 집안에 독자로 남아 군대가 면제됐지만 형님들의 뒤를 따라 자원해서 군복무도 마쳤다고 했다.
이어 "어릴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대정충혼묘지에 매년 현충일마다 찾아갔고, 유해는 없었겠지만 삼촌의 묘비 앞에서 간단하게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지냈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삼촌들 제사를 물려줘 매년 제를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형제의 부재 뒤에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난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30일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마을회관에서 허창식 하사의 유품을 보고 있는 유가족들.
허창환 어르신은 "2021년 서귀포 서부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는데, 죽기 전에 형님의 유해를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형님을 찾기 위해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치매를 앓고 있지만 72년 만에 형님의 유해를 확인하고 유품을 받게 돼 어느 때보다 의식이 또렷했다고 아들 만영씨가 전했다.
11사단 소속이던 고 허창식 하사의 유해는 2011년 강원도 인제군 저항령(해발 1100m 이상)의 험난한 산악 암석지대에서 후배 장병들에 의해 수습됐다. 1951년 5월 11일 '설악산 부근 전투' 참전 중 만 18세의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앞서 고인의 친형인 고 허창호 하사도 같은 사단 소속으로 1951년 1월30일 전북 순창지구에서 참전 중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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