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상대 끝내기 LG 오스틴 "더 이상 잔혹사는 없다"

오승환 상대 끝내기 LG 오스틴 "더 이상 잔혹사는 없다"
"한국 야구 너무 마음에 들어 내년에도 뛰는 게 목표"
  • 입력 : 2023. 04.09(일) 08:01  수정 : 2023. 04. 09(일) 08:55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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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삼성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후 환호하는 오스틴 딘.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중계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이 기다리던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마치 그의 끝내기 안타를 축하라도 하듯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미국에서 주로 불꽃놀이를 즐기는) 독립기념일도 아닌데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농담에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받아쳤지만, 내심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오스틴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1-1로 맞선 9회 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왔다.

전날 주루 도중 뒤꿈치 타박상을 당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벤치의 기대대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오른쪽 펜스로 굴러가는 끝내기 2루타를 작렬했다.

오스틴은 "오늘 대타로 투입될 걸 알고 있어서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타석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간결하게 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발이 빠르지 않은 1루 주자 김민성이 홈까지 파고든 것에 대해서는 "나를 위해 최대한 쥐어짜 달릴 거라 믿었고, 그대로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소속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던 그는 8월에 트리플A 경기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적이 있다.

그때를 떠올리며 오스틴은 "오늘 친 것도 내 커리어의 끝내기 안타 중에 꼭 들어갈 것"이라고 고른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경기 전까지 오스틴의 타율은 0.364로 콘택트 능력을 입증했지만, 타점은 단 1개에 그쳤다.

KBO리그에서 두 번째 타점을 끝내기 타점으로 장식한 그는 "대신 오지환이 타점을 많이 내줬다. 일단은 출루에 목표를 두고, 언젠가는 타점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 말고도 팀에는 8명의 타자가 더 있다. 그들의 타점으로 승리하면 된다"고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도, 오스틴에게서 LG의 '외국인 타자 저주'를 깨줄 거라는 기대감이 올라온다.

제임스 로니, 아도니스 가르시아, 토미 조셉으로 이어지는 LG 외국인 타자의 암울한 역사를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가 38홈런으로 깬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라모스가 부진한 끝에 중도에 교체되고, 그 뒤로 영입한 저스틴 보어, 리오 루이즈, 로벨 가르시아 모두 '잔혹사'에 이름을 남기고 말았다.

오스틴은 "팬들로부터 DM(SNS 다이렉트 메시지)을 많이 받아서 저주에 대해 알고 있다"며 "나는 저주를 깨부수러 왔다. 한국 야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팬들로부터 성원도 받고, 미움도 받는다. '10타석에 안타 하나 치면 그게 타자냐'는 심한 말도 들어 봤다"면서 "어디까지나 내게 관심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시범 경기에서 타율 0.194로 부진했을 때도 "천천히 나를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슬럼프를 이겨낸 오스틴은 LG의 복덩이로 자리했다.

끝내기 안타 이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손 하트'를 그려 보였던 그는 응원가에 애착을 보였다.

오스틴은 "내 응원가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중독돼서 요새는 집에 가면 매일 아들에게 불러준다. 응원가의 내 이름을 아들 이름 '댈러스'로 개사해서 말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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