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야 한라산 고사리 맛도 좋고 좋고…'
제주민요 '둥그래당실'(오돌또기)의 일부 가사다. 4월, 바야흐로 고사리철이다. 3월말 벚꽃이 지면서 꽃비가 내리고, 이어지는 고사리 장마에 제주 들판은 그야말로 고사리가 지천이다. 특히 요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식재료로 떠오르며 고사리를 따러 제주를 찾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제주도 옛말에는 '고사리밭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느 장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현저하게 다를 수 있다. 또한 일반 고사리가 아닌 일명 '곶자왈 고사리'라는 가시덤불 속에 나는 아주 살이 통통하게 굵은 고사리를 딸 수 있는 곳은 고수들만의 비밀의 장소다.
이처럼 제주사람들이 고사리에 쏟는 정성은 남다르다. 미뤄 짐작컨대, 유배지였던 제주의 깊은 유교문화가 그 영향일 듯하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낼 때 남의 무덤가나 흙이 오염된 곳에서 꺾은 좋은 고사리 하나라도 제사상에 섞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성의 의미다.
전국에서 최고로 쳐준다는 제주산 고사리는 예로부터 '궐채'라고 불리며 임금에게 진상했던 특산품이었다. 마을목장을 비롯해 곶자왈, 오름, 한라산 들판 곳곳에서 자라나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때문에 가격이 소고기 값보다 높아 고사리철이면 고사리 따기를 부업으로 삼는 이들도 많다.
사진=서귀포시 남원읍 제공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를 꺾을 수 있는 시기는 주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딱 한 달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딸 수 있어 봄나들이겸 가족단위로 2~3시간가량 쉬엄쉬엄 꺾다보면 금세 시간이 가는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채취한 고사리는 곧바로 삶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꺾인 후에도 자라 억세질 수 있다. 그리고 고사리에는 독성분이 있어서 삶고 물에 담궈 빼야 한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리는 고사리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는 물론 노인의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제주에선 보통 고사리를 삶은 다음 12시간 정도 찬물에 담구고 이후 이를 바짝 말려 보관한다. 아니면 생고사리로 돼지고기와 볶아 먹거나 고사리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요즘에는 조림에도 많이 넣는다. 제주 향토음식인 빙떡의 속으로 무채와 함께 곁들여도 좋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데는 주의사항도 많다. 제주 어르신들은 한 뿌리에서 고사리 9개가 돋아난다고 한다. 꺾고 지나간 자리에도 또 다시 꺾을 게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고사리 꺾을 욕심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 우선 혼자보다는 2명 이상 무리를 지어서 가야 한다. 들판에서 땅만 보며 걷다보면 길을 잃을 수 있어 주위를 둘러보며 고사리를 따야 하고, 만약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 여부와 휴대용 충전기, 호루라기, 비옷, 간식 등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여기에 들판에서 물릴 수 있는 진드기 등 각종 해충을 대비해 기피제도 있으면 좋다.
올해는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가 오랜만에 대면행사로 치러진다. 27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오는 29~30일 이틀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고사리축제장 일원에서 '꺾으멍, 걸으멍, 쉬멍 남원읍으로 옵써예'의 주제로 마련된다.
프로그램은 고사리전과 고사리빙떡 만들기, 대형 가마솥에서 고사리 삶고 말리기 시연, 고사리 사진·음식 전시, 고사리 사진 콘테스트 등 다채롭다. 체험행사도 황금 고사리를 찾아라, 어린이 승마, 어린이·청소년 드론, 전통놀이(연만들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고사리 장아찌 만들기, 제주4·3을 기억하며 동백브로치 만들기 등 풍성하다.
'꼼작 꼼작 고사리 꼼작 제주도 한라산 고사리 꼼작.' 노래가 절로 나오는 4월 주말, 들녘에 부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겨보라. 손에 쥔 고사리와 온몸으로 느끼는 힐링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