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민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만이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얼마 전 제주4·3 평화인권교육 주간을 맞이해 각 학교마다 추모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도내 곳곳에서 제주 4·3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일이 생겨났다. 동시에 제주4·3 추념일 당일 유족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살떨리는 모 단체가 평화공원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다행히 유족들과 그곳에 온 많은 시민들이 막아서 들어오지는 못했으나 이번 일이 하나의 일회성 사건이 아닌 앞으로 또다시 생길 일련의 일들의 서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오래전부터 온라인상에서는 제주4·3뿐만이 아니라 5·18민주화 운동이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지극히 왜곡되고 극우적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주장을 하던 세력들이 온라인과 음지에서뿐만이 아닌 적극적으로 대외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내며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어린 학생들에게 그들의 주장이 꽤나 설득력 있게 먹혀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렇지 않게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를 하고 조롱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문화나 놀이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꽤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후보자로 올랐던 정순신의 아들 학폭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의 아들이 친구를 놀리면서 그 친구 아버지의 고향이 제주라는 점 때문에 4·3 폭도의 후손이라고 놀렸다고 한 것만 보아도 어린 학생들과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실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편적인 예일 것이다.
왜곡되고 잘못된 주장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4·3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경로는 의외로 부족해 보인다. 얼마 전 제주의 소리에 보도된 바와 같이 도내 도서관에서 '4·3 진상보고서'를 대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열람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과 도서관 내 4·3을 왜곡하는 서적들이 버젓이 놓여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런 면에서 제주 도내의 초·중·고 학교 도서관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든다. 4·3의 역사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어느 만큼 확보되고 비치돼 있을까? 혹시 학교 도서관에도 역사를 왜곡하는 도서와 자료들이 있는 건 아닐지 모를 일이다. 학교에서만큼이라도 왜곡된 도서가 비치되는 일들이 없도록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현재 도교육청에서 4·3진상보고서에 근거해 만들어진 질 높은 4·3 수업 관련 교재들이 개발돼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쉽게 자료를 접하기 힘들다. 그동안 4·3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던 교사들의 노력과 결실로 만들어진 그 교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중·고등학교에서는 입시라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4·3교재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아야 할 때다. 왜곡된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진상과 진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한 교재와 책들이 충분히 학교에 비치되고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김동철 제주인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