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2)구좌읍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2)구좌읍
가장 대표적인 빌레용암 지대… 함몰지마다 숨골 형성
  • 입력 : 2023. 05.15(월) 00:00  수정 : 2023. 05. 15(월) 13:34
  • 고대로·이태윤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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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공 숨골 77개 제주 지역 최대 분포
일부 숨골 주변 임야 개간 지하수 오염 우려
기저지하수… 빗물 유입 감소시 해수 침투




제주시 구좌읍 지역은 제주도 절대·상대 보전 지역에 있는 303개 숨골중 77개 숨골이 분포하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숨골 분포 지역이다.

이는 이곳이 제주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빌레용암 지대(용암이 평평하게 굳어진 지형)이기 때문이다.

구좌읍 지역은 지표면이 평평하고 넓게 펼쳐지는 파호이호이 용암류가 지표면을 덮고 있는데 빌레용암 지대가 함몰되면서 숨골이 형성된 것이다. 파호이호이 용암류는 화산 폭발 당시 흘러나온 용암의 굳은 표면이 깨져서 만들어지는 클링커층이 시루떡처럼 얇게 형성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번 지형도 숨골 내부

지형도 숨골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여기는 제주도에서 빌레라고 부르는 파호이호이 용암류 지역인데 토양이 별로 없다. 비가 내리면 지하로 빗물이 빠져야 되는데 빌레용암류 사이에 물이 빠지는 곳이 있을 것이다. 이곳의 숨골이 그 배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용암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생긴 '스카이 라이트'(천장창)같은 곳으로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일 특별취재팀이 찾은 구좌읍 상도리 '멀세운동산' 주변에는 11개의 숨골이 자리잡고 있었다.

숨골은 대부분 빌레지형에서 함몰된 곳으로 숨골안은 가시덤불과 크고 작은 바위가 채우고 있다. 바위 틈이나 암반의 절리(틈)사이로 빗물이 땅속으로 유입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장마철 폭우시 빗물이 암반의 절리를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숨골 주변 임야는 개간돼 있어 지하수의 오염이 우려됐다.

지형도 숨골

지형도 숨골

77개 숨골 주변에 있는 임야 10곳이 농지로 개간돼 이용되고 있어 이곳 농지에서 나온 빗물 등 지표수가 숨골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곳의 토양은 흑색화산회토(토색에 따른 분류)로 지하수 오염에 취약하다.

화산회토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날아간 재가 지면에 쌓여 퇴적층을 이룬 뒤 다시 토양생성 작용을 받아 형성된 토양이다.

흑색화산회토는 유기물에 대한 흡착력이 제주도 화산토중에서 가장 높다.

식물이 흡수해야 할 양분을 토양이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다른 토양보다 많은 비료를 뿌려줘야 한다.

지형도 숨골

지형도 숨골

문제는 화산회토 토양의 두께가 얇으면 농약과 비료성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질산 이온 형태인 질산성 질소는 흡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지에 질소비료를 살포할 경우 질산성 질소 성분은 빗물과 함께 그대로 지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또 구좌읍 지역 숨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빗물 등 지표수량이 감소할 경우 바닷물이 육상으로 더 깊숙히 침투할 수 있다.

구좌읍은 기저지하수가 분포하고 있는 지역으로 지질구조상 바닷물이 육지로 잘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기저지하수는 구좌·성산읍 등 제주동부 해안을 따라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해수와 담수의 밀도 차이에 의해 담수 지하수가 해수위에 부존하는 형태의 지하수이다. 현재 해안과 가까운 구좌읍 한동리에서는 지하로 50m~70m만 뚫어도 지하수에서 바닷물과 똑같은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해발 30m지역 지하수에서도 나트륨과 염소 이온 등이 나오고 있다. 이곳에 용암해수를 이용하는 육상양식장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GPS를 이용해 숨골 위치를 찾고 있는 특별취재팀 모습.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멀세운동산' 주변 11개 숨골이 표시된 지형도.

강경구 농학박사는 "2021년에 제주도지하수연구센터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동부지역은 강우량에 의해서 지하수위가 변하고 서부지역은 농업용수 이용이 지하수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동부지역은 지질구조상 바닷물이 육지로 잘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경사가 바다쪽으로 잘 지니까 바닷물이 역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중산간 임야 개간이 이뤄지고 숨골에 빗물 유입이 감소하게 되면 지하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취재팀=고대로 정치부국장·이태윤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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