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주문 소리 사라지는 제주 식당가들

"여기요~" 주문 소리 사라지는 제주 식당가들
도내 요식업계 키오스크·태블릿오더 등 기기 도입 확산
대면 전환에 외식 수요 ↑... 구인난·인건비 부담에 선택
올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도내 200여곳 신청
고령자·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층 접근성 낮아 개선 필요
  • 입력 : 2023. 05.16(화) 18:31  수정 : 2023. 05. 18(목) 11:22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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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하는 태블릿 메뉴판.

[한라일보] 16일 제주시 삼도동의 한 음식점. 테이블이 7개 규모인 이 가게에는 입구 계산대가 없다. 대신 모든 테이블 위에 작은 태블릿 메뉴판이 놓여있었다. 손님들이 직접 주문에서 결제까지 하는 '태블릿 오더'를 들인 것이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A(40)씨는 "인건비 부담이 적고 주문이 누락되는 일이 없어 태블릿 메뉴판을 이용하고 있다"며 "업체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태블릿 한대당 2만원 안팎인데, 저희 가게는 한대당 월 1만3000원, 모두 합치면 월 10만원 정도여서 홀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고 전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손님이 직접 주문·결제하는 무인 시스템인 키오스크, 태블릿 오더 등 스마트기기를 도입하는 요식업계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대형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보이던 이 시스템이 요즘에는 분식점, 중화요리점, 고깃집, 호프집과 같은 일반음식점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돼 외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오른 인건비와 구인난에 시달린 업계들이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공공·민간부문에 설치된 키오스크 수(추정)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지난해 45만4741대로 3년 사이 2.4배 가량 증가했다. 이 중 요식업의 경우는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16배 가량 늘었다.

제주지역 요식업에 설치된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기를 조사한 사례는 없다. 다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사업장에 키오스크 등 스마트기술을 도입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도내 339곳에 스마트 기술이 보급됐다. 올해 4400개 점포를 지원하는 모집에는 전국에서 1만3000여곳이 신청했는데, 이 중 제주에서는 200여곳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진공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기술은 키오스크 등 주문 분야다. 과거에는 상점가 소상공인 위주로 신청을 받았는데 지난해부터 1인 점주 등 개별 소상공인들도 지원하고 있어 신청자가 증가한 것 같다. 제주지역 소상공인들도 문의가 많다"며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에 대응해 소상공인의 스마트기기 수요가 증가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층에게는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기 이용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키오스크마다 조작 방법이 다르고 숙지도 느려 주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도민 김모(70)씨는 "병원 내 음식점에 갔는데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해서 한번 해보려고 했지만 방법이 어려워 헤맸다. 내 뒤에 줄도 서 있어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문했다"면서 "셀프 주문·결제하는 식당들이 늘어나는게 사회 분위기라면 우리 같은 고령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키오스크 이용이 어려운 이유로 60대 이상은 조작 어려움(53.6%)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검색 어려움(42.9%), 뒷사람 눈치(41.1%), 용어 어려움(33.9%), 글씨 작음(23.2%) 등 순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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