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왕벚'을 부르다] (7)일본을 가다 ④

[다시 '왕벚'을 부르다] (7)일본을 가다 ④
"수령 알 수 없는데…" '일본 왕벚' 기준목 적절성 의문
  • 입력 : 2023. 05.18(목) 00:00  수정 : 2023. 05. 18(목) 17:45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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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시카와식물원 내에 열 맞춰 심어진 왕벚나무. 강희만기자

고이시카와식물원 왕벚나무
국립수목원 연구 시료 포함
"식재 연도 기록 의문시…
새롭게 재배 가능성 있어"
'일본 왕벚나무' 대표성 있나


[한라일보] 일본 도쿄 분쿄구에는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부속 식물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흔히 '고이시카와식물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식물학 교육, 연구 활동을 위한 도쿄대학의 시설입니다. 시작은 약용식물 재배지였습니다. 1684년 도쿠가와 막부가 약용식물을 키우기 위해 세운 고이시카와 오야쿠엔(어약원, 御藥園)이 전신입니다. 이후 메이지 10년에 도쿄대학이 설립된 이후 부속 식물원으로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12일 본보 취재팀이 찾은 식물원은 거대한 정원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16만㎡가 넘는 규모에 약 40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왕벚나무도 포함돼 있습니다. 고이시카와식물원에 따르면 이곳에 심어진 왕벚나무는 대략 65그루입니다.

일본 도쿄 분쿄구에 있는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부속 식물원' 입구. 이곳은 흔히 '고이시카와식물원'으로 불린다. 강희만기자

|일본서 가장 이른 '식재 기록'이지만…

일본에서 고이시카와식물원의 왕벚나무는 '식재 기록' 면에서 주목을 받습니다. 고이시카와식물원 측은 "소메이요시노(일본말로 '왕벚나무')를 심은 기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됐다"면서 "(식물원 왕벚나무는) 올해로 148세"라고 했습니다. 메이지 8년이던 1875년 정원 책임자이던 우치야마 도미지로 등이 소메이촌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 수령이 정확하진 않습니다. 첫 식재 기록을 기준 삼은 추정이지만, 새로 심어진 게 대부분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식물원 측은 왕벚나무 수령을 묻는 질문에 "관동대지진(1923년)과 전시 중에 혼란을 거치고 있어 나중에 보식되거나 줄기 아래에서 나온 맹아(히코바에, 뿌리나 그루터기에서 움돋은 싹)가 새로운 줄기가 돼 갱신한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

고이시카와식물원 내에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왕벚나무. 식물원 측은 첫 식재 기록을 토대로 이곳의 왕벚나무가 올해로 148살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당시 심어진 나무가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희만기자

|"식재 연도 의문… 새로 재배 나무 포함"

식물원에 처음 심어진 왕벚나무가 현재는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가쓰키 도시오 등이 2018년 '수목의학연구'에 실은 '동일본 고령의 소메이요시노 크기와 건전도'라는 연구를 보면 식재 연도에 대한 기록이 의문시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고이시카와식물원에서 조사한 왕벚나무의 둘레 길이(평균 261㎝)가 1878~1880년 가이세이야마(開成山)에 심어진 왕벚나무(평균 360cm)와 비교해 분명히 작고, 80년 전에 촬영된 사진(나카이, 1935년) 속에 같은 개체군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고이시카와식물원의 왕벚나무는 1875년 이후에 새로 재배된 나무와 맹아줄기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일본 내에서 식재 기록이 가장 앞섰다는 고이시카와식물원의 왕벚나무도 정확한 수령을 알 수 없다는 게 됩니다. 이는 곧 식물원의 왕벚나무를 '일본 왕벚나무'의 대표 기준목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국립수목원은 2018년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밝힌 연구 과정에서 이 식물원 왕벚나무를 제주 자생 왕벚과의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를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무의 나이와 기원을 알 수 없는, 열 맞춰 심은 여러 나무 중 하나가 시료로서 적절한지, '일본 왕벚나무'를 대표할 수 있는지 하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이 질문에 공식적으로 답한 바 없습니다. 김지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문가 리포트] 왕벚나무 일본 취재 보도에서 느낀 점 한 가지


취재결과 벚꽃을 사랑하고 그중에서도 왕벚나무를 가장 사랑한다는 일본에서도 그 기원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찍이 왕벚나무를 찾아내 소메이요시노라고 일본 이름을 붙였고, 학명은 푸르누스 에도엔시스라고 명명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 어디를 가나 이 꽃을 볼 수 있고, 일본을 소개할 때는 빠짐없이 등장시켜 일본의 꽃임을 알리는 것이 이 왕벚나무다. 그러므로 당연히 유구한 세월 일본 영토 내에서 일본인과 고난과 영광을 함께 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원산지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정체성도 모르면서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대목에 이르면 숨이 탁 막히는 것이다.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일본 내에서는 자생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돌파구가 일본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추정의 내용은 어느 두 종을 인위적으로 교배하여 나온 차대라는 것이다.

김찬수 소장

드물지만 자연상태에서 서로 다른 종간의 나무 사이에 잡종 현상이 관찰되는 수가 있다. 그런데 이 경우도 자생지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일본에는 왕벚나무라는 종 집단이든 어쩌다가 우연히 자연 잡종으로 만들어진 단 하나의 개체든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왕벚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걸 해소하려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교배자는 누구인지, 언제 어떻게 교배했는지, 모계와 부계는 각각 어느 종 어떤 품종이었는지, 그 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몇 개의 꽃을 교배해서 몇 개의 씨앗을 얻었으며, 그의 형제들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추정은 일본 사람들조차 믿지 않는다. 이걸 밝혀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이 기상천외한 발표를 했다. '일본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모계)와 오오시마벚나무(부계)로 형성된 인위 잡종'이라는 것이다. 일본 왕벚나무와 한국 왕벚나무로 나누고, 일본 왕벚나무는 인위 잡종이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국립수목원은 위의 의문들을 해소했다는 것이 된다. '왕벚나무는 인위 잡종'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왕벚나무 기원 논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이 확인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어떤 첨단 과학기술로 분석했다느니 앞으로 매년 수억 원을 들여 연구한다느니 하는 것들은 모두 허세다. 국립수목원이 그냥 진실을 밝히면 끝난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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