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지의 백록담]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안겨진 무게

[오은지의 백록담]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안겨진 무게
  • 입력 : 2023. 05.22(월) 00:00  수정 : 2023. 06. 04(일) 10:51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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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원도심 내 새로운 문화예술계 활동 거점 공간 구축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100억원대 매입한 지상 8층·지하 3층의 옛 아카데미 극장(재밋섬) 건물을 리모델링해 (가칭)제주아트플랫폼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5년 상반기 개관이 목표다.

건물 3~4층은 공공 공연예술연습장 조성 계획이 확정된 상태로, 도민 공감대 속 나머지 공간을 채울 활용 방안 및 운영 모델을 도출해 내는 것이 과제다.

현재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계획대로라면 도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6월엔 아트플랫폼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리모델링 기획·실시설계가 진행된다.

공간 조성에 대한 공론화 작업은 지난 4월 말 도민과 예술인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조만간 도민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고, 곧 공간 활용 및 조성 방향의 윤곽도 마주하게 된다.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와 예술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 첫 공론장에서 예술인과 도민들이 쏟아낸 요구를 통해서도 아트플랫폼을 향한 관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인들만 있는 공간이면 안 된다. 관객(대중)들이 와서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이 왕래가 돼야 한다. 밤 8시가 되면 어두워지는 곳이 아니라 예술이란 것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엄청난 돈을 들여 리모델링했는데 보는 사람은 많지 않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많이 봐왔다. 소수가 감상하는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등등.

대체적으로 대중이 함께하는 친근한 공간,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 예술을 매개로 소통·교류하는 공간 조성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참여자들은 이를 위한 저마다의 대중 유입 방안들을 내놓았다. 원데이 클래스, 진로체험, 다양한 연령층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교육 등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더불어 아트플랫폼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야간 및 민간위탁 운영을 비롯 프로그램 운영비 확보와 주차문제 해결 방안 마련 필요성도 제시됐다.

"많은 사람이 붐비는"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원도심에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공간들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했다. 아트플랫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재단은 예술인과 도민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보다 큰 책임감으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더 많이 고민하길 바란다.<오은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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