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문 열린 채 착륙 '아찔'… 재발 방지책 나올까

[종합] 문 열린 채 착륙 '아찔'… 재발 방지책 나올까
194명 태운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직전 아수라장
승객이 비행 중 비상구 문 열어… 구속 30대 "빨리 내리고 싶었다"
305m 이상 기압차로 문 열림 불가능… "낮은 고도 때문" 추측도
국토부, 원인 조사 착수… 항공사 "비상구 앞자리 판매 전면 중단"
  • 입력 : 2023. 05.29(월) 17:48  수정 : 2023. 05. 31(수) 11:56
  • 박소정·김도영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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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위를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한라일보] 지난 26일 승객 194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직전인 200여m 상공에서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당시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 항공기에 탑승한 초·중학생, 지도자를 포함한 제주 선수단 9명 등 일부 승객들이 과호흡 등의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착륙 중이던 항공기의 비상구 출입문을 연 30대 남성은 경찰에 구속됐고,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항공보안법 및 항공안전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초유의 사건인 만큼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처벌 수위가 어떻게 될지, 비상문 관리 강화 방안 등 항공 안전사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될지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착륙 앞두고 열린 출입문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28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A(33)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항공기 OZ8124편의 비상 출입문을 상공 약 213m(700피트)에서 연 혐의를 받고 있다.

항공보안법 제23조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한 승객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항공업계와 당시 기내에 있던 승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착륙 2~3분 가량을 앞두고 항공기 비상 출입문 옆 31A 좌석에 자리한 A씨가 출입문으로 다가가 갑자기 레버를 돌려 문을 열었다. 이후 A씨가 벽면에 매달리는 등 행동을 보여 인근 승객과 승무원들이 제압했고,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문이 열린 채로 비행해 활주로에 착륙했다.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빨리 내리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이 항공기에는 27일부터 울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육상과 유도 종목의 초·중학생 선수 48명과 지도자, 임원 등 제주선수단 65명이 탑승했다. 이날 사고로 이 중 선수 8명과 지도자 1명 등 9명이 놀람, 호흡곤란, 경직,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호소해 대구공항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제주 선수단 중 육상 선수들은 열린 비상 출입문 뒤쪽에 탑승해 피해가 컸다. 제주 선수단 중 열린 항공기 출입문과 가장 가까이 앉은 학생은 출입문 뒤쪽 3번째 열에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제주 육상 선수 2명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국소년체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또 선수 5명은 항공기 탑승이 불안하다며 대회 일정이 끝난 뒤 선박을 이용해 지도자와 함께 제주로 돌아왔다.

지난 28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 '항공기 이용 피해구제 접수처' 팻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비행 중 출입문 열릴 수 있나

이 사고를 접하면서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은 '비행 중인 항공기의 출입문이 이렇게 쉽게 열릴 수 있나'는 것이다. 일단 일각에서는 항공기가 착륙을 앞두고 낮은 고도까지 내려와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입문이 열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출입문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신속하게 안에서 열고 나갈 수 있도록 돼 있다. 별도의 장금장치는 없고 레버를 잡아당기면 열 수 있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높은 고도에서는 항공기의 안과 밖의 기압차로 출입문이 열리지 않지만, 약 305m(1000 피트) 이하 고도에서는 기압차가 줄어들어 문을 여는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항공기는 착륙 2~3분 가량을 앞두고 200여m 상공에서 낮게 날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처음에 비상 출입문이 살짝 열렸다가 착륙하면서 불어온 거센 바람에 활짝 열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항공안전감독관을 현장에 보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항공기를 사전에 제대로 정비했는지, 승무원들이 적절하게 안전수칙을 이행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기체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과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어명소 2차관은 지난 26일 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등이 참여한 안전회의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원인 조사와 더불어 비상문에 대한 관리강화 등 항공 안전사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항공사, 피해 구제 절차 착수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기종인 A321-200 항공기와 같은 기종의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판매 중단된 좌석은 174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11대)의 26A 좌석과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3대)의 31A 좌석이다. 이는 안전을 위한 조치로, 항공편이 만석일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아시아나항공은 밝혔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해 피해 구제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8일부터 대구공항 뿐만아니라 제주공항 등 다른 지역 공항 카운터에서 상시 운영되고 있는 '항공기 이용 피해구제 접수처'에서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접수된 피해 내용을 토대로 사고를 겪은 승객들에게 의료비 제공 등의 지원책을 최대한 마련할 예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 구제책 제시 등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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