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누가 주도했나

지방선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누가 주도했나
혐의 인정 컨설팅업체 대표 "선거캠프 승인 아래 진행"
오 지사 변호인 "추정에 의한 진술… 관여한 적 없어"
  • 입력 : 2023. 06.14(수) 19:10  수정 : 2023. 06. 16(금) 11:49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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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 중 유일하게 범행을 인정한 컨설팅업체 대표가 법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으로 지목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에 대해 사실상 오 지사 선거캠프 측 주도로 추진됐고, 자신은 불법 선거운동에 이용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 지사 측 변호인은 당시 협약식 추진 과정에 캠프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없다며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지사의 6차 공판에서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는 당시 협약식이 오 지사 경선 캠프에서 정책 간사 역할을 맡았던 도내 비영리법인 대표 A씨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B씨는 A씨와 함께 검찰이 불법 사전선거운동으로 지목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기획한 인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 지사와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오 지사와 공모해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5월16일 오 지사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해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A씨가 협약식 컨설팅 명목으로 B씨에게 지급한 법인 자금 550만원이 오 지사 선거운동 목적으로 쓰였다며 오 지사와 A씨에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이날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B씨는 지난해 3월29일 A씨의 주선으로 오 지사를 만난 후 A씨가 그해 4월13일 오 지사의 특정 공약 기사 링크를 보내며 '구체적인 묘안을 달라'고 요청하자 기존에 구상하고 있던 제주대학교 학생 해외 창업·취업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수정해 오 지사의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을 홍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컨설팅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B씨는 "당시 협약식 컨설팅이 오 지사 캠프를 지원하기 위한 일이라고 여겼다"며 "A씨에게 (오 지사를 홍보할 목적의 협약식 컨설팅을 하는 것이) 누구의 뜻인지 수차례 물었는데 그때마다 A씨는 '내가 하는 말이 후보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A씨와 오 지사 선거캠프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오지사를 비롯해 캠프 승인 없이 A씨가 독단적으로 협약식을 기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B씨는 자신은 협약식 기안을 만들어 컨설팅만 제공할 것일 뿐 협약식 개최 일정과 협약식이 간담회에서, 간담회가 다시 협약식으로 수정되는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협약식을 주도한 것은 캠프 측이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은 불법 선거운동에 이용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지사 변호인은 B씨가 추정에 근거한 주장을 펴고 있다며 협약식에 오 지사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오 지사나 캠프 측이 B씨에게 도움을 달라고 제안한 적이 없고, 협약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캠프 측이 B씨에게 연락을 한 적은 없다"며 "협약식을 기획한 것은 B씨 등인데도 왜 캠프가 주도했다고 증언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은 선거 캠프 승인 아래 협약식이 진행됐다는 취지의 증언에 대해서도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다음 공판이 오 지사의 공모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때 피고인 A씨를 증인 신분으로 출석시킬 예정으로 이날 공판에서는 A씨가 오 지사 선거캠프 측의 승인을 얻어 협약식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신문이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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