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가 진행하는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차 행사가 지난 3일 열렸다. 이날 에코투어에 나선 참가자들이 구두리오름을 거쳐 쳇망오름을 가기 위해 목장길을 걷고 있다. 양영태 작가
너른 초지 그림같은 목초통 눈길옥잠난초 등 야생화 보는 즐거움숫가마 가는 입구 ‘숫굿도’ 만나
주말이 다가오면 일기예보가 궁금하다. 한 주를 열심히 살고 주말은 여유롭게 자연과 함께하고픈 사람들에게 비 예보는 마뜩지가 않다. 사흘이 멀다고 내리던 비가 그쳤다. 그러자 '팅' 하고 핸드폰의 날씨알리미 문자가 뜬다. 자외선이 강하니 실외 활동에 주의하란다. 모처럼 나서는 길인데 자외선이 대수인가. 대비만 잘하고 나가면 된다. 숲은 우리에게 자외선도 막아주는 시원한 곳이 아닌가. 울창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도시의 따가운 모습은 잠시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올해 첫 회로 지난 3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차 행사는 남조로 변에 있는 구두리오름에서 시작했다. 구두리오름을 오르고 내려 목장길을 지나 쳇망오름을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내리면 다시 목장길을 만난다. 삼나무 이어지는 숲길 따라 여문영아리오름을 내리면 다시 목장길이 있고 길을 벗어나면 물영아리오름 기슭의 숲길과 만날 수 있다. 숲길은 물영아리오름 기슭을 따라 오름 입구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남조로와 나란히 지나는 세 개의 오름을 오르고 가시리의 드넓은 초지를 지나며 숲과 야생화 풍경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투어다.
구두리오름 입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진행요원과 함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에코투어 길잡이 박태석 씨는 투어 일정에 대한 안내와 투어 하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듬직한 길잡이와 함께 편한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의 투어가 시작된다. 남조로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구두리오름, 가문이오름, 쳇망오름, 여문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은 높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풍광을 가진 오름들이다. 그중 구두리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높이 117m의 오름으로 초입부터 울창한 천연의 숲을 만난다. 조릿대가 가득한 숲길을 지나 작은 하천을 지나면 삼나무 숲길로 이어지고 가파른 사면을 오르면 말굽형 굼부리가 있다. 숲이 울창해 정상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고 조망도 없지만 따가운 햇빛과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오름이다. 오름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지칭개
옥잠난초
숲과 길에는 많은 동식물이 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앞사람의 등만 보고 부지런히 걷다 보면 잊힐 수도 있다. 나무는 너무 높고, 꽃은 너무 작다. 새소리는 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작은 꽃들이 반가워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보이는 질경이를 비롯해 산쪽풀, 노루발, 옥잠난초, 으름난초, 박새 등의 풀꽃과 박쥐나무, 산딸나무, 까맣게 익어가는 산뽕나무도 보인다. 노랗게 변하는 인동꽃 너머 투어 내내 함께하는 뻐꾸기는 지칠 줄 모르고 울어댄다.
인동덩굴
꿀풀
오름 옆으로 난 목장길에서는 목초를 베어낸 넓은 초지가 눈에 들어온다. 초지에는 마시멜로처럼 감아놓은 하얀 목초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쳇망오름은 비교적 낮은 오름으로 정상은 넓은 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모양이 둥글게 휘돌아 있어 체의 테처럼 생겼다 하여 쳇망오름이라고 부른다. 오름 등성이를 쉬지 않고 둥글게 돌아내려 다시 목장길로 들어섰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길을 지나 초지를 가로지르면 여문영아리오름을 오를 수 있다. 여문영아리오름은 숲이 우거져 모양을 짐작할 수 없지만 지형도를 보면 북쪽 사면으로 넓고 얕은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솔내(송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영아리오름은 물이 있지만, 이 오름에는 못도 없고 물도 없다고 하여 여문영아리라 한다. 영아리의 뜻은 확실치 않다. 오름의 산등성 사이로 소록산과 대록산, 따라비오름 등 동쪽의 오름들이 잠깐씩 모습을 드러낸다.
물영아리오름 기슭으로 들어서면 숲길을 지나 숫굿도를 만난다. '숫굿도'란 지명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제주어사전에 보면 '도'는 '어떤 장소의 입구'라는 뜻이고 '숫굿'은 '숫구뎅이', 즉 '숫가마'의 뜻이다. 아마 숫가마로 가는 입구라는 뜻이 아닐까. 숫굿도를 지나 둘레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는 오름 아래 목장에는 몇 마리의 소가 한가로이 쉬고 있고 뻐꾸기는 아직도 울고 있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