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챈스 일병의 귀환

[현영종의 백록담] 챈스 일병의 귀환
  • 입력 : 2023. 06.26(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2004년. 차량 호송에 나섰던 미합중국 해병대 제1사단 11연대 챈스 펠프스 이병이 전사한다. 휴가 중 작전에 자원한 챈스 이병은 험비에 탑승, 호송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임무 중 적들의 습격을 받자 기관총으로 응사하다 끝내 총을 맞고 사망했다. 다른 병사들의 대피를 돕는 과정에서다.

마이클 스트로블(Michael Strobl) 중령은 영현봉송 임무를 자원한다. 전사자 명단을 살펴보던 중 동향인 콜로라도주 클리프턴에서 온 챈스 펠프스 이병의 이름을 발견하면서다. 그는 미 해병대 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보수교육대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의 전술교관을 맡고 있었다.

미 델리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위치한 군 합동 영현안치소에서 여정은 시작된다. 전사자의 유품과 부모에게 전달할 성조기를 받고, 장례식에 참석할 경우에 대비한 교육을 받는다. 귀환 여정에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친구를 그리워하며 운구차를 운전하는 청년, 중년의 항공사 여직원과 스튜어디스, 나이가 지긋한 전직 공군 조종사, 챈스를 뽑았던 모병관과 챈스의 선임 등이 등장한다. 가족들이 살고 있는 와이오밍 주로 목적지가 바뀌면서 여정은 길어진다. 그 여정 속에서 전사 장병에게 표하는 미국인들의 존경심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기장은 기내 방송으로, 고속도로에서 마주한 운전자들은 전조등을 조작하며 조의를 표한다. 바이커들은 호송대열을 만들어 전몰장병에 대한 예우를 다한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은 2009년 개봉됐다. 챈스의 시신을 운구한 미국 해병대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의 글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스 캐츠가 연출하고, 케빈 베이컨이 스트로블 중령을 연기했다. 영화는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쟁 영웅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그들의 영혼을 어떻게 고결하게 대하는지를 기나긴 여정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이 지난 6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거행됐다. 오영훈 지사, 김광수 교육감, 김한규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제주지역 보훈단체·보훈가족 등이 참석해 위대한 헌신을 기렸다. 지난 2021년엔 국립묘지 이장비 지원조례가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제정됐다.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개인 묘지·봉안시설에 안장된 유공자 유골·시신을 국립제주호국원으로 이장할 경우 25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제주경찰은 국가유공자를 운구하는 과정에서 에스코트를 원할 경우 싸이카·순찰차를 투입해 운구 행렬을 호위한다.

지난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됐다. 그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질타도 끊이질 않았다. 정권에 따라 부침하고, 정권의 수뇌부가 현실과 호국영령에 대한 예우를 외면한 결과다. 희생에 걸맞는 예우를 고민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좌고우면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숭고한 희생에 대한 예우가 없는 국가에는 미래도 더 이상 없다.<현영종 편집부국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38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