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은 1할 2푼 5리지만 성장세는 '홈런' [김보형 성장기]

타율은 1할 2푼 5리지만 성장세는 '홈런' [김보형 성장기]
  • 입력 : 2023. 06.26(월) 14:52  수정 : 2023. 06. 27(화) 17:35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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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야구선수 제주고 김보형.

비만에 운동신경도 좋지 않았지만
학교수업·훈련·PT·기록공부까지
고1 때 시작 2년 넘게 구슬땀 흘려
부산고 전 첫 안타·최근 첫 타점도
늦었지만 꾸준함으로 맞서며 성장


[한라일보]지난 24일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제주고와 부산정보고의 고교야구주말리그 후반기(부산·제주권역) 4차전이 열렸다. 2회말 제주고의 공격이었다. 8번 타자로 나선 김보형. 김보형은 부산정보고의 포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을 정도로 피지컬은 뛰어나 보였다. 선수등록 명부엔 190㎝ 88㎏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못 보던 선수여서 다른 지역 학교에서 전학 온 선수로 인식했다. 하지만 제주고에서 계속 야구를 했으며, 이날은 지명타자로 나섰다. 첫 타석은 삼진이었다. 그리고 김보형은 3회 4-2로 쫓기던 상황에서 우전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두 번째 안타와 함께 첫 타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보형은 3학년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올 시즌 공식기록은 8경기에 출전해 17타석 16타수 2안타이다. 타율은 1할 2푼 5리에 불과하다. 삼진은 10개나 먹었다. 올 시즌 첫 안타도 강호 부산고와의 경기에서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부산정보고와의 경기에서 안타와 함께 타점까지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데 웬 호들갑이냐고들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남들처럼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야구를 시작하지 않고, 고등학교 입학한 후 야구에 입문한 늦둥이인 셈이다. 그런데 중도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던지고, 치고, 잡고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보형은 처음부터 제주고에 입학한 선수가 아니었다. 다른 학교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제주고로 전학을 온 것이다. 단지 피지컬이 좋고, 선수가 의욕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제주고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가정 형편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야구를 하기엔 안팎으로 악조건이었다.

박재현 감독 얘기를 빌자면 김보형은 고 1학년 때 188㎝ 104㎏이었다고 한다. 운동신경도 좋지 않았지만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PT를 받고 혼자 스윙연습을 하며 체력을 만들었다. 학교 수업, 야구훈련, PT, 야구기록 공부까지 쉬지 않고 끝까지 버텨 준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를 통해 방황하던 지난 시절을 뒤로 하고 묵묵히 안타를 치기 위해 혼자만의 길을 걸어갔다.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은 물론 동기들로부터도 '눈칫밥'을 먹을 법했는데, 꿋꿋하게 이겨 나갔다. 2학년이 돼서도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마침내 3학년 선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선발출장은 쉽지 않다.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김보형의 의지에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김보형은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2년 이상 헛스윙만 하던 김보형이 배트에 공을 맞추고, 안타를 치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보형은 "어머니가 힘들게 뒷바라지해주시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면서 손에 박힌 굳은살과 함께 자기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

늦었지만 꾸준함으로 승부하고 있는 김보형의 앞날에 희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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