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대학교 교수가 제자를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한 인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제주대 유령 연구원 인건비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제주대 소속 A교수에 대해 사기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B씨를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해양구조물관리 취업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제주도가 지원한 보조금 4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 사업은 산업잠수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작했다. 제주도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고 제주대 해양스포츠센터가 인력 양성과 취업 연계를 담당했다. 당시 A교수는 제주대 해양스포츠센터장이자, 이 사업의 연구책임자였다.
경찰 수사 결과 A교수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던 제자 4명과 해양스포츠센터에 재직하는 C씨 등 총 5명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한 뒤 이들 명의로 지급된 인건비 명목의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보조금은 제주도가 제주대에 총 사업비를 보내면 대학 본부 재정과가 해양스포츠센터에 다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됐는데, 연구원으로 허위 기재된 제자들은 본인 계좌로 인건비가 입금될 때마다 이를 모두 인출해 A교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과정에서 당시 해양스포츠센터에서 계약직 특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B씨가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교수의 지시에 따라 제자들을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지난해 계약이 만료돼 현재 해양스포츠센터를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A교수에게 인건비를 전달한 제자들에 대해선 경제적으로 이득을 본 것이 없고, 범행을 공모한 정황도 없어 형사 입건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대는 A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를 일찍 돌입하기로 했다. 통상 제주대는 비위 행위를 저지른 교직원이 재판에 넘겨질 때 징계 절차를 시작한다.
제주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의 기소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징계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징계위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대는 A교수의 비위 의혹을 다룬 본보 보도 직후 A교수를 해양스포츠센터장에서 보직 해임한 뒤 진상 조사를 벌여 지난해 말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확정되면 징계 여부와 상관 없이 퇴직해야 한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