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와 같이 습한 기후에, 더구나 장마 기간까지 겹친 요즈음, 다리의 혈액순환 문제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 심장이나 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만성정맥부전과 같은 정맥질환이 더 흔하다.
만성정맥부전(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만들어진 혈액이 순환되지 못하면서 다리의 무거움, 경련, 잠자다 쥐가 나는 증상, 오후에 붓는 증상, 종아리 통증과 욱신거림과 같은 혈액순환 장애를 야기한다.
특히 서서 일하는 직종이 증가하는 현대의 산업화 사회에서는 더더욱 많은 빈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에는 심장질환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 결과는 하지정맥류를 장기간 방치하면 혈전증이나 심장기능 부전과 연관돼 그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타이완에서 40만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미의학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al Association, 2018)에 보고한 결과를 살펴보면 하지정맥류를 가진 군에서 심부정맥 혈전증의 발생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3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과 이와 비례해 치명적인 폐동맥 색전증도 발현됨을 보여 주었다.
또한 독일에서의 연구는 하지정맥류가 심할수록 심장기능의 부정적인 영향이 동반돼 수축기와 이완기 장애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Phlebology, 2019) 2021년 유럽 심장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만성정맥부전을 가진 환자에서 일반인보다 사망위험률이 약 1.6배가량 높아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만성정맥질환을 증상이 없어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빈번한 현실에 비춰 보았을 때 꽤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나 만성정맥부전은 비특이적 증상(종아리나 사타구니 부근의 통증 등)도 많고, 특히 40대 이상의 여성에서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혈관 초음파를 통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역류가 관찰되더라도 모두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뿌리가 되는 혈관이나 돌출된 정맥의 역류를 그냥 두게 될 경우 혈전증이나 자발성 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매우 심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혈관에만 역류가 있는 경우에는 정맥활정제를 복용할 경우 드라마틱한 증상의 호전을 보일 수 있다.
이 모든 경우의 수는 정확한 병력조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가 필수적이고 질병의 경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제주도의 더운 여름, 다리가 무겁고 피곤한 날에는 만성정맥부전과 하지정맥류가 없는지 한 번쯤 기억해 볼 만하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