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가 기다리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동안 정부와 공기업에 의해 운영 보급되던 중앙집중식 전력체계를 전력거래가 자유로운 지역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한다. 대규모의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시설은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의 재생에너지와 소규모 열병합발전으로 대체된다. 강원 전남 등 특정지역에서 집합적으로 생산되어 서울 경기 등 전력 다소비 지역으로 보냈던 광역송전 운용시스템도 부하관리가 용이한 지역 인근의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한다. 그동안 송전탑건설로 골이 깊었던 주민갈등과 강제적으로 출력제한의 불이익을 받았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고민이 적잖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년 뒤에는 제주도가 고대하고 있는 '분산에너지 실증특화지역'이 지정된다. 전력거래 특례를 적용한 발전사업과 판매사업의 겸업 허용으로 전력생산자와 소비자간 전력거래가 자유로워지면서 그동안 한전만이 해왔던 일이 지역주민이나 지역협동조합에서도 가능하게 된다. 반면에 전력을 다소비하는 신규택지, 도시개발사업자 등에는 분산에너지 설치가 의무사항이 되고, 환경·교통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전력계통 영향평가'도 실시된다. 앞으론 지자체에서 힘을 써 기업을 유치해도 전력상황이 원활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공장건설이나 개발사업 등 대규모의 사업진행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으로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19.1%로 그동안 청정에너지 전환에 앞장서 탄소중립을 선도해 왔지만 관련 법규나 기준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에너지산업의 요소자원을 보유하면서도 구슬을 꿰지 못하였다. 날씨에 따라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 특수성과 고가의 에너지저장시설 부족, 그리고 원활치 않은 송배전망 사정으로 발전시설을 갖추어놓고도 빈번하게 출력제한에 시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재생에너지와 수요자원을 결합한 '제주형에너지플랫폼'을 조성하고 출력제한 해결과 이를 기반으로한 기술력 수출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지자체 최초로 지역 주도 분산에너지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하고 전기차를 자원으로 하는 V2G충방전 실증까지 진행해왔던 제주도의 앞서가는 노력이 현실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는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에 매진해야만 한다. 그래야 천혜의 환경을 기반으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환경중심도시'로의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다. 또한 얼마 전 취임 1년에 오영훈도정이 내건 '실용과 미래'라는 키워드에 부합되는 신산업육성과 고용창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야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도전하는 제주에너지공사를 비롯한 제주기업들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