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엔터테인먼트 최서영 대표는 '어린이, 자연, 예술, 건강' 4개의 키워드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금 제주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재작년 한달살이 계기 지난해 제주 터잡아공연·교육하며 홀로서기 중 사랑까지 손에"사람들의 몸·마음 보살피는 역할 하고 싶어"
[한라일보] 이야기를 하다보면 유쾌해지는 사람이 있다. 표정과 시선, 목소리에 드러나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 때문이다. 제주살이 1년 5개월차 동심엔터테인먼트(이하 동심) 최서영(37) 대표가 그렇다. 제주생활 모든 것이 즐겁다는 그녀의 긍정 마인드는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으로 표출됐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과 교육 콘텐츠 등을 만들며 조금 늦게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그녀가 진정 그 여정을 즐기고 있음이 와닿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2월 제주에 터를 잡았다. 고향 부산을 떠나 동생과 서울살이 16년을 보내고 첫 홀로서기를 하는 중이다.
'제주행' 결심의 계기는 2021년 제주극장의 댄스컬 '만덕상회' 공연에 참여하며 시작된 한 달 살이다. 한 달 후 돌아간 서울은 예전과 달리 복잡함이 느껴졌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마침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들까지 섞이며 최 대표는 여유를 찾아 다시 제주로 왔다. 그렇게 한 달 살이 후 3개월 만에 제주도민이 됐다.
l 마음 맞는 이들과 '동심' 결성... 예술교육활동 하며 차기작 준비 중
아무 연고 없는 제주에서 살아가는 데 동심의 단원이자 일찍 제주에 정착한 친한 언니 최재원 씨의 도움이 컸다. 주말마다 숲에서 예술 놀이를 하는 '아트n자연탐험대'를 함께 운영하다, 아이들과 관련된 예술 활동을 하고자 마음이 맞는 4명과 지난해 10월 동심을 꾸렸다. 지난 5월엔 '2023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 선정작'으로 탐라순력도를 소재로 한 입체낭독극 '남길이의 붓끝을 따라서'를 동심의 첫 공연으로 선보였다.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예술교육활동을 벌이며 차기작으로 해녀를 소재로 한 '바당친구 당실이'를 준비하고 있다.
탐라순력도를 소재로 한 입체낭독극 '남길이의 붓끝을 따라서'. 동심엔터테인먼트 제공
l 신구간 풍습에 당황... 좋은 사람의 호의가 제주의 첫인상
좋은 사람의 호의도 있었다. 신구간 풍습을 모른 채 왔다가 낭패를 볼 뻔했는데, 처음 본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일사천리로 집도 구하고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의 첫인상이 좋아서일까. 제주에 대한 그녀의 환상은 1년 여가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원할 때 바다를 갈 수 있고, 조금만 움직이면 멋진 자연을 즐길 수 있으며, 고개를 들면 하늘이 절반인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매일매일 "여기가 제주"임을 되새기며 소소한 힐링을 만끽하고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또래의 예술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자연의 혜택 속 일상의 여유와 일 말고도 그녀는 사랑을 얻었다. 최 대표는 제주에서 만난 인연과 조만간 결혼식을 올린다.
l 30대가 되서야 진로 찾기... 제주서 하고 싶은 일 하며 삶 만끽
'N잡러'인 그녀는 개인적으로 걷기 강사로 활동하며 '뛰기는 싫고, 그냥 좀 걸을까?'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려 활력을 되찾아준 고마운 경험을 나누고자 서울에서 5년 전부터 하던 일을 제주에 와서도 계속하고 있다. 트레이너로 2년 쯤 일 한 경력도 있고, 책을 펴낸 작가이자 작사가로도 데뷔했다.
최 대표의 말을 옮기면 진로 찾기를 해야 했던 20대를 학교에 다 쏟아붓고(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조교로 4년을 더 학교에 머물렀다) 30대가 되서야 진로 찾기를 시작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다 해봤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턴 겉과 속이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 '천진난만', '재미있어 보이면 하자'를 좌우명처럼 달고 살고 있다. 그렇게 #어린이 #자연 #예술 #건강 이란 키워드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지금 제주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저는 늘 애매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어요. 못하는 건 없는데 특출한 것도 없는. 그런데 이젠 4개의 큰 카테고리로 살아요. 이걸 찾는데 꽤 오래 걸렸네요."
그녀는 여기서 앞으로 또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고 있다. "아주 나중이 되겠지만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을 하나 갖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 몸을 돌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몸을 보살핀다는 게 결국 마음을 보살피는 거니까요. 거기에 제가 배워온 예술이 보탬이 되면 좋고요."
인터뷰가 끝난 후 도착한 "제주에 온 걸 환영받는 기분이라 저녁 내내 행복했다"는 그녀의 문자. 동심과 함께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딘 최 대표의 제주살이를 응원한다.
최서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