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대학교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는 사실상 오는 11월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1월쯤 권역별로 필요한 상급종합병원 소요 병상 수와 진료 권역을 확정할 방침이다.
소요 병상 수는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의료기관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기준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고시를 통해 2026년까지 서울권역에 필요한 소요 병상 수를 3만 병상으로 결정해 발표했는데, 서울 권역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 받으려는 의료기관들의 총 병상수가 3만5000병상이라면 5000병상이 초과하기 때문에 특정 의료기관은 반드시 경쟁에서 탈락한다.
반대로 권역별 소요 병상 수보다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각 의료기관 별 병상 수의 총합이 적다면 해당 의료기관들은 이변이 없는 한 심사에서 통과한다.
현행 진료 권역 상 제주대병원이 속한 서울권역에선 소요 병상 수가 2기(2015~2017년) 1만3446개에서 ▷3기(2018~2020년) 1만 3380개 ▷4기(2021~2023년) 1만3350개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매번 지정된 서울대학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3'를 포함해 15개 수도권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은 사실상 상대 평가에서 결정되는 구조인데, 상대평가 항목에서 가장 많은 배점을 차지하는 중증응급질환 비율이 제주대병원은 36%, 경쟁병원들은 60~80%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증환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이 서울에 몰려 있고, 서울권역 소요 병상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해당 권역에 속한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는 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주대병원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진료 권역 분리다. 현재는 제주가 서울 진료권역으로 묶여 있지만 정부가 스스로 규칙을 개정해 제주 권역을 분리할 가능성마저 원천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게 제주대병원의 설명이다. 과거 정부는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과정에서 규칙을 개정해 경남권을 경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으로 분리한 적이 있다. 다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제주 권역을 분리하려면 연구용역을 통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남은 기간 정부를 설득하는 게 과제로 남아 있다.
최국명 제주대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도민들의 원정 진료비가 줄어들고, 국비 확보와 의료진 유치에도 도움이 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제주 권역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을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선 중증환자 진료 비율이 30%를 넘어야 하고 내과, 외과 등 총 20개 진료 과목을 갖춰야 한다. 현재 제주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해마다 1만4000명이상의 도민이 원정 진료를 떠나며 이로 인한 원정 진료 비용이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