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이 동(洞) 통폐합?"… 주민 갈등만 자초하나

"주민 동의 없이 동(洞) 통폐합?"… 주민 갈등만 자초하나
제주도, 18일 동지역 적정 규모 조정 공론화 토론회
토론자들 "과소 동 통합, 행정력 낭비·주민 갈등 우려"
충분한 의견수렴,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 필요성 제기
  • 입력 : 2023. 08.18(금) 11:52  수정 : 2023. 08. 21(월) 16:57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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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18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동지역 적정 규모 조정 공론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다혜기자

[한라일보] 제주 동(洞) 지역 행정구역 조정 과정에서 과소 동의 통합이 새로운 행정력 낭비와 주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행정구역 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에 대한 사전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8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동지역 적정 규모 조정 공론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행정구역 조정의 필요성과 조정 방안을 공유하고, 조정 시 발생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정구역 조정은 인구가 많은 '과대 동'은 분동하고 인구가 적은 '과소 동'을 통폐합한다는 내용이다. 제주 동(洞) 지역 간 인구편차에 따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행정구역 조정이 새로운 갈등 발생 또는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의견수렴과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인구·면적 등 규모의 논리 또는 행정 편의,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은 "행정구역 조정 시 개인 재산의 가치평가의 문제, 선거구의 문제, 조정 지역 간 주민들의 저항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청회·설명회 등을 미리 개최하고, 전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동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칭 '행정구역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원장은 또 "과소 동의 통합은 여러 예상되는 문제점을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 통합 동의 명칭, 청사의 위치, 통폐합에 따른 여유 청사의 활용 방안, 공무원 잉여인력 재배치, 청사 신축 시 예산 배정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소 동 통합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인구와 면적 측면이 아닌 지역 정서와 정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선 제주시 통장협의회장은 "행정체제 개편 등에 대한 논의가 하나도 않은 상황에서, 지사 입에서 나와서(도지사가 언급했기 때문에) 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TF(불합리한 행정구역 조정 T/F)를 구성한다더라"라며 "지역에 먼저 가서 민심을 먼저 보고 사업을 추진해도 되겠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는데, TF 추진도 전에 도에서 과소동 통합 동장님과 간담회를 먼저 가졌다. 동장님과 먼저 토론하기 전에 지역 민심을 먼저 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이어 과소 동으로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동지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건입동의 경우 2024년 중부공원으로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예정됐기 때문에 인구가 1만1000명 이상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제주 인구정책이 제주시 외곽지 빈 공간에 대단지 아파트를 건축하면, 그 지역에만 인구가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원도심에 인구를 늘어나게끔 하는 대책이 없다. 산지천 주변에 560억 원을 들여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했지만 각종 생활편의시설은 없다. 원도심에 인구 유입은 되지 않고, 편의 시설이 좋은 제주시 외곽 지역에만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도1동의 거주 인구가 제주시에서 가장 적게 나와 있지만, 칠성로 지하상가, 동문시장 등 실제 생활 인구는 1만 명이 넘는다"며 "이들이 왜 일도1동에 거주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소 동은 면적이 3㎢ 미만이면서 인구가 1만 명 미만인 동 지역으로, 현재 과소 동으로 꼽히는 곳은 제주시 6곳·서귀포시 3곳 등 총 9개 동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주시 건입동·삼도2동·이도1동·용담1동·이호동·일도1동, 서귀포시 천지동·중앙·정방동이 해당된다.

과대 동은 인구가 5만 명 이상이며 면적이 3㎢ 이상인 지역인데, 제주시 노형동 1개 동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제주시 동지역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노형동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5만 5693명으로 이미 5만 명을 훌쩍 넘긴 반면, 일도1동은 2303명에 불과해 두 지역 간 인구 수 차이는 24배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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