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1)섬-문상금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1)섬-문상금
  • 입력 : 2023. 08.22(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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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문상금




섬이 그리운 사람

섬으로 간다



뭍이 그리운 사람

뭍으로 간다



사람이 그리운 사람

홀로 길 떠난다



길 총총

물총새처럼 울면서



점 하나

방점 하나

탁탁 찍는다

삽화=써머



어떤 그리움이란 일종의 지하 세계의 감정이니까, 거기는 암흑가니까 지상의 어딘가로 흘러가야 한다. '총총'이라는 부사를 길과 물총새 사이에 걸쳐놓은 "길 총총/ 물총새처럼" 울며 더 멀리 가야 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푸른 빛을 띤 물총새는 상반되면서도 같은 자화상이다. 길은 걸어가고 또 걸어가야 할 것인데 화자는 다시 한번 그리움이란 길짐에 대해 생각하고 여러 사람을 등장시킨다. "섬이 그리운 사람 섬으로 간다" 같은 낯익은 어투가 각자 안고 있는 섬을 자연스레 떠오르게 해주는 역할이라면, 시인이 사용하는 그런 언어의 노력이 다음에 오게 되는 "사람이 그리운 사람/홀로 길 떠난다" 같은 좋은 문장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시는 인간이 가야 할 거리를 쉽게 줄여주지는 못하지만, 그 길에 노래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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