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공정, "개구리가 없는 것이 한이로다"

[양상철의 목요담론] 공정, "개구리가 없는 것이 한이로다"
  • 입력 : 2023. 08.31(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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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옛날 나이 많은 선비가 어느 집 대문에 붙어있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 한이로다.'라는 글을 보고 하 궁금하여 주인장에게 사연을 여쭤보았다. 그는"그저 시시한 옛날이야기일 뿐입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옛날 음치 까마귀가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꾀꼬리에게 노래 도전을 했다. 심판은 두루미였다. 시합을 위해 꾀꼬리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으나 까마귀는 연습은커녕 하루 종일 논두렁에서 개구리만 잡았다. 그리고는 자루에 한가득 개구리를 담아서 두루미에게 갖다 주었다. 드디어 시합 날이 되었다. 꾀꼬리는 고운 목소리로 "꾀꼴, 꾀꼴"노래를 했으나 까마귀는 악을 쓰며 "까악, 깍깍!" 소리를 질러댔다. 노래가 끝나자 두루미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까마귀가 더 잘 불렀어!" 개구리를 먹은 두루미가 까마귀 편을 들었던 것을 안 꾀꼬리는 억울하고 분해서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내용이었다.

선비는 학문에 뛰어나지만 늘 과거에 떨어지는 자신을 억울한 꾀꼬리에 빗댄 이야기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이번 과거는 임금님이 직접 훌륭한 선비를 뽑는다고 하니, 꼭 한 번 보시오." 선비는 더 이상 과거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주인장을 설득해 시험을 보게 했다. 과거 시험문제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 한이로다!'였다. 그제야 자신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선비가 임금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는 고려 문신인 이규보(李奎報)와 지혜로운 임금님에 대한 전래 이야기다.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공정'은 요즘 우리사회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정'은 공평(公平), 평등(平等)과는 다른 말이다. '공정'은 능력을 인정한 공평한 경쟁 시스템을 만드는 것, 공평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도록 동일하게 가치를 배분하는 것, 평등은 모든 차이를 소멸시킬 수 있도록 모두에게 결과를 동일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공정'에 기반을 두고 공산주의는 평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정'도 어려운 문제지만 평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공정성을 믿으며 살아간다. 나라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진보도 보수도 정권 쟁탈을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공정'이고, 온갖 비리 해법의 유일한 기준도 '공정'이다. 이렇듯 '공정'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기본 가치다. 그러나 그 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련의 불공정 사례들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2019년 이후 이른바 '조국 사태'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작금 중앙선관위의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채용'이 다시 불을 지폈다. 급기야는 "수능의 킬러(초고난도)문항 출제문제"와 "300명 넘는 교사들이 문제 제공 및 교재 제작 등의 대가로 사교육업체에서 돈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연이어 '공정'의 가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앞선 '이규보와 임금님 이야기'는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국학진흥원의 '이야기 할머니 자료'에 있는 이야기다. 내자가 암송하는 이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우리사회가 언제면 어린 새싹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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