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인간성 상실의 시대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인간성 상실의 시대
  • 입력 : 2023. 09.21(목) 00:00  수정 : 2023. 09. 22(금) 11:35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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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쪽은 죽은 자식을 컴컴한 바닷속에 숨기려고 버렸고, 한쪽은 죽은 자식이 바닷속에 가라앉는 걸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애석하게도 전자는 사람, 후자는 짐승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인간을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었나. 아니 그동안 내가 짐승을 오해한 것일까. 마음이 번거롭다.

집 냉장고엔 '아이에게 부모는 온 우주, 그 자체다'라는 메모가 붙어있다. 집에 오면 널브러지기 일쑤인 나에게 보여주려고 아내가 붙여 놓은 것이다.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하면 아이의 온 세계가 무너지니 너는 니 역할을 잊지 말라는 경고로 읽혔다.

자식과 부모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른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제역할이 있다. 이 땅에서 어른들은 신체적으로 약한 아이를 지키고 보호하는 책무를 갖는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도 마찬가지다.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의료진은 환자에게 온 우주나 다름없다. 의료법이 '국민 건강 보호' 의무로 시작하는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제주대병원 영유아 오투약 사망사고는 환자 목숨뿐만 아니라 이 사회 믿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더욱이 숨진 환자는 한없이 연악한 12개월 영아였다.

의료진 만행은 사고, 과실이란 단어로 가릴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이들이 사고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며 자기 안위만 따지는 사이 아이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받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에게 의료진은, 어른은 도대체 어떤 존재였나.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서 무너진 인간의 존엄성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또다시 마음이 번거롭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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