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만의 귀향 맞이한 며느리는 한 없이 눈물만 흘렸다

74년만의 귀향 맞이한 며느리는 한 없이 눈물만 흘렸다
5일 4·3 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개최
제주도외서 4·3 희생자 신원 확인 첫 사례
골령골서 군경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
  • 입력 : 2023. 10.05(목) 16:41  수정 : 2023. 10. 09(월) 12:46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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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피해자로서 도외지역에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고 김한홍씨의 유해를 며느리 백여옥씨가 어루만지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4·3을 생각하면 눈물 밖에 나지 않아요. 남편(고 김문추씨)이 이 모습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난게 억울해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네요. 그렇게 백방으로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여러분들이 모두 아버님을 찾는데 힘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4·3희생자 고 김한홍씨의 며느리 백여옥씨는 74년이 흘러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시아버지를 보며 3년 전 눈을 감은 남편을 대신해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5일 평화재단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해는 대전광역시 골령골에서 발굴된 것으로, 도외지역에서 신원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다.

눈물 흘리는 고 김한홍씨의 며느리 백여옥씨. 이상국 기자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6월부터 7월 사이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 및 충남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으로 그 규모가 2㎞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골령골에서는 올해까지 1441구의 유해가 발굴돼 200구의 시료가 채취됐다. 이 가운데 1차 시범사업으로 70구에 대해 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가 유전자 감식을 진행한 결과 유해 1구가 4·3희생자로 확인됐다.

이날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희생자 고 김한홍씨는 조천읍 북촌리가 고향이다. 그는 4·3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 숨어지내다가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자수한 후 제주 주정공장 수용소에 갇혔다가 행방불명 됐다. 이후 수형인 명부에서 이름이 확인됐다.

그는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쟁 직후 군경에 의해 희생돼 골령골에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는 2021년 대전 골령골 1학살지 A구역에서 발견됐다.

고인의 유해는 신원확인 보고회가 끝난 뒤 4·3평화공원 봉안관 유해함에 봉안됐다.

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북촌포구에서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면 43희생자 김한홍씨의 유해 봉환식이 열리고 있다. 이상국 기자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김창범 4·3유족회장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습하고 차가운 골령골 지하에서 유해가 손상되지 않은 채 계셔줘서 유전자 감식으로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제 비로소 그리웠던 고향에 돌아오셨으니 며느님과 손자들의 품에서 편히 눈감으시고 안식에 드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을 통해 현재까지 총 414구의 유해가 발굴됐으며, 이번 1구을 포함해 142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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