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우의 한라칼럼] 올가을은 예전 같지 않다

[송창우의 한라칼럼] 올가을은 예전 같지 않다
  • 입력 : 2023. 10.17(화) 00:00  수정 : 2023. 10. 17(화) 14:43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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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어느 계절이라도 그렇지만 한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 가을 중턱까지 들어서고 있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눅눅함이 온몸을 감싸며 역대 가장 심한 더위니, 강수량이니 하던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습기를 싹 빼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처럼 높고 파란 하늘을 등지고 나타났다.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가을을 처음 만난 것도 아닌데 이번 가을이 예전과 다르게 와 닿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사물들은 사라지고 지금은 기억만 남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해까지 해 질 무렵 나뭇가지 사이로 실오라기 같은 금빛 햇살과 일렁이는 파도를 만들어 내던 소나무와 억새가 있던 언덕이 온데간데없이 허물어졌다. 그 자리엔 짓다 멈춰버린 황량한 건축물과 공사 인부들이 분주하게 오가던 쇠파이프를 이어 만든 비계들이 지난해 그 석양빛을 받아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잠시 머물던 회사를 떠난 후 밭과 집만 오가던 생활을 하면서 들리는 사람 사는 세상의 갖가지 이야기는 짓다가 방치된 건축물들이 널브러진 들판과 다르지 않았다. 벌겋게 달궈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이 곳곳에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끔찍한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며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 여파는 국내까지 밀려와서 고물가와 고금리와 고유가, 이른바 '쓰리고'로 국민들은 견디다 못해 쓰러질 위기에 처했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금리는 지난 몇 년 사이 갑자기 오른 농지를 맡겨 은행에서 돈을 빌린 농민들, 각자도생에 내몰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한 채를 장만한 청년들을 옥죄고 있고, 자영업자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은 물론 매달 월급으로 꼬박꼬박 받아서 생활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조차 오르는 물가로 삶이 위축되고 있다. 연말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경제전망은 일그러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추세라면 어쩌면 신삼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현상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주라고 예외일 수 없다. IMF와 금융위기를 거쳐 온 세대여서 두려움이 더 큰 것일까.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이 뽑은 위정자와 측근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그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그것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외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온 역사적 존재로서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갖춰 여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용도 잡을 수 있는 칼을 가지고 고작 하는 일이라곤 푸줏간으로 들어가 고기나 썰며 그 고기가 붉다 희다고 따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제라도 그 칼을 가지고 나와 가벼운 바람과 함께 찾아와 세상을 평등하게 비추고 있는 가을 햇살처럼 모든 사람을 보살피는 게 도리 아닐까. 우리 앞에 닥친 문제는 먹고사는 일이니 말이다. <송창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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