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8)고양이가 있는 달밤-정창식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8)고양이가 있는 달밤-정창식
  • 입력 : 2023. 10.17(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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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달밤-정창식




너무 밝다

너무 밝다



잠 좀 자자

잠 좀 자자



너무 밝아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침묵과 어둠

시인이 눈을 감지 않아 달이 불을 끌 수 없다



한(恨)이라든가 위로처럼 살아 있는

고요는 이누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짧은 문장이여

전쟁이 터지는 지상의 한 귀퉁이여



밤 새겠다 난

날 새겠다 넌



삽화=써머





밝은 것은 눈에 비치고 어두운 것은 말에 비친다. 누군가 짧은 문장을 놓지 못하고 잠에 들지 못하는 것도 못 잊는 것을 더욱 잊지 못하게 드러내는 밝음과 어둠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전쟁이 터지는 지상의 한 귀퉁이에서 진정하지 못하는 것은 죽음과 광기만이 아니다. 이름 모를 시인이 지피며 태우는 번민의 작은 등불 또한 꺼지지 않는다. 생명이나 삶 같은 가치나 이치는 너무 밝아서 손으로 가릴 수가 없는데 그것은 괴로움 없이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인습의 편안함으로 살 수가 없다. 어두움의 섬세한 그물에 걸린 한(恨)과 위로도 지쳐 빠지고 고요할 때, 구세주(救世主)도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가 있는 달밤, 시 말고는 다른 것이 없는 시인의 불면도 계속되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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