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영훈 제주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핵심 측근들이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불법 사전 선거운동으로 지목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준비·개최 과정에 오 지사가 직접 개입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오 지사의 14차 공판에서 김모 대외협력특보와 정모 제주도 서울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 특보와 정 본부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 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한 핵심 측근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 지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5월 16일 선거사무소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식'을 열어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는 오 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검찰은 당시 협약식을 기획한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와 B씨에게 협약식 개최 비용을 지급하며 함께 행사를 준비한 도내 모 사단법인 대표 A씨도 같이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당시 협약식 진행 목적과 개최·준비 과정에서 오 지사의 승인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를 캐물었다.
김 특보는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개최 전날인 지난해 5월15일 오후 6시쯤 오 지사와, 정 본부장 등 캠프 핵심 관계자가 참여한 '전략회의' 대화방에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가 다음날 제주에 방문하는 일정을 언급하며 '후보 요청 사항, 전략적 판단에 따라 16일 기자회견 일정 업무협약으로 변경, 상대방은 정치, 우리는 경제로 차별화' 라는 글을 게시했다. 여기서 후보는 오 지사를, 업무협약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각각 의미한다.
검찰은 이 대화 내용을 근거로 오 지사가 업무협약식 개최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특보는 "당시 오 지사 요청은 당초 예정된 소확행 공약 기자회견이 부실하다는 참모진 의견에 따라 회견을 취소하라는 의미"라며 오 지사가 예정된 회견을 업무협약식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특보는 업무협약식이 후보의 경제 이미지를 부각해 상대방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에 대해서도 "공보 담당자로서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오 지사와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은 "대화방에서 나눈 다른 대화들을 보면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사람은 오 지사였다"며 당시 업무협약식도 오 지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A씨와 협약식 장소, 후보 참석 일정 등을 협의했던 정 본부장도 오 지사 개입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 본부장은 검찰 주신문에서 "A씨가 행사 장소를 못 구했다고 해 선거사무실에서 하라고 했다"며 "협약식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장기업과 관련된 내용이라 (오 후보 공약인)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로 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협약식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후보와 의논할 시간이 없어, 혼자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원래 이날 마칠 예정이었던 정 본부장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심문을 오는 11월8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