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제주도지사가 최종 임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고희범 재단 이사장이 반발해 사퇴까지 했으나 오영훈 제주지사는 재단 운영의 투명화를 위해 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지사가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단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재단이 신성불가침 영역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관으로 탈바꿈시켜보자는 확고한 의지가 내포돼 있다.
▶조례 주요 내용=현재 비상근 4·3평화재단 이사장을 상근으로 하고, 이사장은 공개모집을 통해 경쟁의 방식으로 선발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했다. 임기는 2년으로 경영 성과를 고려해 1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사(위촉직)는 공개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했다.
▶왜 개정하나=제주도의회는 4·3평화재단의 책임경영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4·3평화재단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시키거나 상임 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제주자치도에서 4·3평화재단측에 정관 개정을 요구했으나 4·3평화재단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책임 경영 필요성=지방공기업평가원이 4·3평화재단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국가와 지자체에서 100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지원받는 전국 유일 기관이나 이사회의 구조가 지도·감독 불가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유족장학 기금 17억4800만원 중 16억4800만원을 이사회의 의결없이 연금보험(상속연금형)상품에 가입하고 이후 이사회와 제주도에는 기금통장에 예치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국내 유사 재단 운영 실태= 5·18기념재단은 5·18의 진실과 정신계승을 위한 구심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배상 및 보상, 기념사업이라는 5원칙의 관철을 위해 지난 1994년 설립됐다.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선임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의 경우 상근직은 아니지만 이사회 운영을 정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사무처장이 상임 이사를 보좌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지방출연기관의 형태가 아닌 비영리민간단체로, 국비보조사업와 지방비보조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홈페이지 내 경영공시를 통해 이사회의 회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 5·18기념재단처럼 민간 재단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사업비 지원은 가능하지만 인건비 지원 등은 불가능하다.
▶향후 전망=제주자치도는 오는 22일까지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도조례규칙심의회를 거친 후 11월 30일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12월 개정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2024년 1월 4일 이전에 조례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만약 12월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현재 방식으로 이사장을 선출하고 재단 운영이 이뤄지게 된다. 고희범 전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1월 16일까지였다.
오임종 이사장(전 4·3유족회장) 직무대행은 올 연말까지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조례안 처리 여부에 따라 신임 이사장 선출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