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5년 간 국고 1000억 원을 지원받는 '글로컬 대학 30' 본지정 결과가 이달 공개됐다.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지원 사업인 만큼 글로컬 대학 선정은 지역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슈였다. 도내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민 제주대학교는 지난 6월 예비지정 단계에서 탈락했다. 차기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공언한 제주대가 파격적인 혁신안과 함께 지자체의 추진 동력을 얻어 내년도 사업에 선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5장 혁신기획서로 엇갈린 희비.. 제주대는 '1단계 탈락'=글로컬대학은 대학 혁신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글로벌 대학 도약을 이끌어낸다는 취지의 사업으로 올해 첫발을 뗐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 수도권 쏠림 등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커지자, 교육부는 올해 초 파격적인 혁신 계획을 제시한 대학 30곳에 5년 간 1000억 원씩 지원한다는 공모를 내놨다.
대학에서는 기대와 함께 불안도 고조됐다. 30곳에 지원을 몰아준다는 말은 곧 나머지 대학은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정부는 예비지정 심사 서류로 A4 5장의 혁신기획서를 제시했다. 지방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5장짜리 기획서로 대학의 생사가 갈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후 대학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 5월 마감된 예비지정 접수에는 108곳이 도전장을 냈다.
글로컬대학 선정 키워드는 '혁신성'과 '구체적 실행계획', '추진 속도' 등으로 요약됐다.
교육부가 밝힌 예비지정된 대학의 키워드를 보면, 선정된 대학들의 혁신안에는 ▷파격적 혁신 ▷실천 가능한 전략의 구체적 제시 ▷지역사회와 유기적 협력·연계를 통한 지역 상생 발전에 초점 등이 담겼다. 미선정된 대학의 경우 ▷일부 영역에 집중한 혁신전략 ▷혁신 과업의 백화점식 나열 ▷실행 가능성 의문 ▷대학과 지역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 발전 효과 불분명 등이 감점요소가 됐다.
이후 본지정에서 대학들은 예비지정 때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실제 구현하기 위한 계획이 담긴 150쪽 분량의 실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서는 대학·지자체·지역산업체가 공동 작성했다.
예비지정 단계에서 탈락한 제주대학교의 경우, 복수의 관계자들은 "제주대의 경우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에서 감점 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내년도 글로컬 대학 사업에 대해 오는 1월 중 '2024년 글로컬대학 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 기준에 '지역 안배' 없다.. "거점국립대도 긴장을"=지역 국립대학의 입장에서 이번 결과 발표 가운데 주목할 점은 "(평가 고려 사항에) 지역 안배가 없었다"는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제주대가 제주지역 유일한 국립대학으로서 글로컬대학 공모에 도전하더라도 지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대 교수는 "거점국립대는 제주대학교에 독이 든 성배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망하진 않을 거다. 파격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정부에서 칼이 들어올 수 있다"라며 "위기의식을 갖고 거점국립대라는 틀을 벗어나 특성화를 통한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내 산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 내 유일한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부분이 타지역에 비해 덜하다"라며 "위기 의식을 갖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대학교는 내년도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혁신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통·폐합의 구조개혁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추후 여진을 고려해 구성원들과의 합의도 과제다.
제주대 관계자는 "학사구조 개편 등 여러 방안을 포괄해 고심하고 있다"며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대학 내부 의견 수렴과 함께 계속해서 바뀌는 대입 개편안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키워드를 골라내기 위한 고민과 함께 지자체와의 협력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 추진을 위한 TF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며 "대학 내부 혁신안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지자체와 협력과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어갈 것"이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