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혁명과 군사 반란, 민족 영웅, 사랑이 담겨있는 영화 '나폴레옹'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37년생으로 올해 86세이다. 2003년에 영화예술에 대한 공로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부여받았고, 가족과 함께 영국의 주요 스튜디오와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사적으로 대표작은 '에어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 (1982), '델마와 루이스' (1991), '글래디에이터'(2000), '블랙호크다운' (2001) 등이 있다. 1895년 영화 탄생 이후, 각국이 자신들의 국가적 정체성을 영화에 반영하던 시절에 미국에서는 D.W. 그리피스가 195분의 '국가의 탄생'(1915)을 만들었고, 프랑스의 아벨 강스는 나폴레옹의 생애 6부작 중 1부작 '나폴레옹'(1927)을 연출했다.
무성영화이지만 영화 기술적 혁신과 폴리비전이라고 불리는 3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지금의 아이맥스와 유사한 스크린 크기에 영사하던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330분 길이로 나폴레옹의 군사학교 시절과 프랑스 혁명 시기 그리고 이탈리아 침공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의 영웅을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무성영화 시기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현재에도 끊임없이 언급되는 영화이다.
아벨 강스는 1960년,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와 아우스터리츠 전투를 다룬 '아우스터리츠'를 연출한다.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시작된 프랑스 혁명은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처형하면서 혁명 세력의 피의 공포정치가 시행된다. 1795년의 왕당파 반란을 진압한 나폴레옹은 일약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게 된다. 1796년 이탈리아 원정, 1798년 이집트 원정을 지휘한 나폴레옹은 1799년 쿠데타를 일으켜서 국민투표를 통한 새로운 헌법을 바탕으로 10년 임기의 제1통령이 되고 종신통령이 되었다가, 다시 1804년 국민투표를 통해서 35세의 나이로 황제로 즉위하게 된다. 공화정으로 바뀐 지 10년 만에 제국이 된 것이다.
영국을 유럽 대륙으로부터 봉쇄하려던 계획이 러시아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1812년 러시아 원정을 떠난다.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련의 영화감독 세르게이 본다르추크는 소련군의 전폭적 지원으로 '전쟁과 평화' (1966-1967) 4부작을 연출해, 컴퓨터 그래픽이 없는 시기에 대량의 엑스트라와 물량을 동원한 전쟁 장면을 연출해 현재에도 사랑받고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유튜브의 Mos film에서 복원된 영화 전편을 볼 수 있다. 본다르추크는 이탈리아 자본과 소련의 군대와 물량을 결합해 1974년 '워털루'라는 영화를 만든다. 이 영화는 나폴레옹이 엘바섬에 유배하다가 1815년 다시 돌아와서 황제가 되고, 워털루에서 영국의 웰링턴 공작이 지휘하는 영국, 프로이센 연합군에 패배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