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현의 편집국 25시] 도움의 딜레마

[김채현의 편집국 25시] 도움의 딜레마
  • 입력 : 2024. 01.04(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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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일 년 전쯤인가. 언니가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집에 왔다. 폭설이 내리는 날 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먹이도 먹지 못한 채 숨이 꺼져가는 강아지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곧장 유기견보호소에 연락을 취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사정은 딱하지만 저희도 포화상태라 이미 아픈 강아지이면 곧 안락사가 진행될 거예요"였다.

결국 우리는 그 강아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장폐색과 심장사상충 감염. 수의사는 입원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아지가 기력을 되찾기 위해 걸리는 기간은 일주일. 그동안의 치료비용은 100만원을 웃돌았다.

우리는 아픈 강아지를 품에 감싸 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사회초년생들인 우리에게 아무 연고도 없는 강아지를 도와주기에는 치료 비용은 부담이었고, 그렇다고 강아지를 버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심 끝에 우리는 강아지를 일주일 간 입원시키고, 그 안에 입양 가족을 찾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그 강아지는 좋은 보호자를 만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해마다 도내에서 수천 마리의 유기견들이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지만 대부분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무심코 행한 도움이 부담과 책임감으로 이어지는 요즘 사회에서 누가 쉽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을까. 나날이 추워져 만 가는 현대사회가 다시 따뜻함을 되찾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김채현 행정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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