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조련거점센터 조감도
[한라일보] 지난해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제주 말조련거점센터가 우여곡절 끝에 새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이번엔 횡령 의혹이 불거져 운영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말조련거점센터 위탁 운영업체인 A협동조합의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지난달 말 제주축산진흥원(이하 진흥원)이 A조합 대표를 고발하면서 시작했다.
말조련거점센터(이하 센터)는 제주도가 지난 2017년 50억원을 투입해 진흥원 부지에 조성한 승용마 조련장이다. 센터는 농가가 맡긴 말을 조련해 승용마로 육성한다.
센터 운영은 말 조련 경험이 있는 민간업체가 한다. 그동안 위탁사로 선정된 업체들은 진흥원이 지원한 민간위탁금과 사육농가가 승용마 육성 대가로 지급한 '조련비'로 센터를 운영했다. 진흥원은 공모를 통해 민간 위탁업체를 선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맡았다.
진흥원은 지난해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평가위원 중 한명이 공모에 응모한 B협회와 과거 계약을 맺고 일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보름 사이 사업자 선정 결과가 B협회에서 A조합으로 뒤바뀌었다. 이후 B협회가 센터를 상대로 당시 선정 결과를 무효화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며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위탁업체로 최종 선정된 A조합은 지난해 5월부터 2년간 센터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1년도 채 안돼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진흥원은 A조합이 지난해 8월 이후 집행한 민간위탁금에 대한 정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자, 현장 조사를 벌여 임금 체불과 인건비 명목의 위탁금 일부가 계좌에서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진흥원은 횡령 의심 규모에 대해 경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수천만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 관계자는 "계좌에서 수상한 출금 내역이 확인됐다"며 "위탁금의 정확한 사용 용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가 승인한 사업 용도로는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에 제출된 진흥원의 민간위탁사무 동의안을 보면 센터 위탁금은 한 해 1억4000만원 가량으로, 말 조련사와 말 관리사 임금 등 인건비 용도로만 쓸 수 있게 책정돼 있다.
A조합 대표는 임금 체불 여부와 위탁금 사용 용도를 묻는 질문에 "책정된 인건비로는 말 조련사를 채용할 수 없어 그 이상으로 임금을 주다보니 결국 돈이 바닥 나 체불이 발생했다"며 "또 일부 농가가 말 조련비를 제때 주지 않으면서 사료비를 충당하지 못해 위탁금 일부로 사료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부 센터 운영 용도로 썼지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조만간 A조합 대표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 사건이라 A조합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라며 "단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혐의 인정 여부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A조합과 이달 말 계약을 해지해 재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또 민간위탁 과정에서 계속 잡음이 생긴 점을 고려해 센터를 직영하거나, 민간이 아닌 전문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다른 진흥원 관계자는 "재공모 공고와 위탁업체 선정까지 시일이 걸려 두 세달 간은 운영을 못할 것 같다"며 "운영 중단이 장기화하면 농가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위탁업체를 빨리 다시 선정하고 그 이후 직영 등의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