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면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매번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선택은 하나여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으로 여러 선택지가 있는 김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길을 가다 주변을 살펴보면 00김밥, 000김밥 등 김밥집들이 많다. 지역이나, 재료를 토대로 김밥의 이름이 정해지기도 하고, 김밥을 만들 사람 이름으로 000김밥으로 간판을 걸고 있는 경우도 있다. 김밥에 대한 작명법도 다양하다. 김밥 재료를 소재로 한 김밥 이름부터 재료 손질법 혹은 조리방법의 차이를 나타내는 이름, 김밥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나타내는 이름 등 김밥의 종류만큼이나 김밥 이름의 작명은 다양하고 재미있다. 예전의 단순한 김밥의 시대를 지나 지금의 김밥은 참으로 재미있고 점심때 한 번씩 접하고 싶은 음식으로 바뀌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소풍 갈 때 꼭 김밥을 싸가지고 갔던 것 같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 김밥이었고, 요즘처럼 다양한 재료로 만들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단순한 김밥이라고 할까? 그 시절 갔었던 소풍에서의 김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김밥은 한 조각의 추억이라 생각된다. 추억이 담겨 있는 김밥은 요즘엔 다양한 재료, 특색 있는 조리법, 그리고 지역마다의 개성이 담겨서 먹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다양한 재료,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하는 김밥의 맛은 결국 조화, 통합이 이루어질 때 제대로 된 맛이 나는 것 같다. 어느 한 재료가 특이해서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 간의 균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 결국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하는 노력이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각자의 주장을 강조해서는 일이 추진되기 어렵다. 우리 제주에도 현안 이슈나 미래에 필요한 전략산업 등에 대해서는 각 분야의 방향이나 도민들의 생각들이 다른 경우도 많다. 이러한 각자의 주장과 의견들을 종합하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중요한 과정이고 꼭 필요한 것이다.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합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김밥을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얼마나 진심으로 김밥을 대하기에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김밥을 만들고 있을까? 어떤 일이든 김밥처럼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 찾아주지 않는 것이 이치가 아닐까?
오늘 점심은 김밥을 먹고 그 속의 재료들의 조화와 균형을 느껴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고 싶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