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월29일까지 복귀하라'는 정부의 최후 통첩에도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제주지역 일부 수련병원 병상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경영난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이탈 상황이 가장 심각한 한 수련병원은 의료 공백이 커지자 당장 이번 주부터 일부 병동을 통폐합하고 중환자실 병상도 축소하기로 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해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이 새롭게 조정됐다. 기존 전공의 근로 계약이 매년 2월 말 만료하는 것에 더해 새로 선발한 인턴과 레지던트들은 매년 3월부터 각 병원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 정원은 지난 1일부터 95명에서 107명으로 12명 늘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전공의 이탈 규모가 커지며 의료 공백은 정원이 적었던 지난달보다 더욱 악화됐다.
107명 중 협력병원에서 파견된 24명이 전부 무단 결근한 데 이어, 제주대병원 소속으로 지난 1일부터 근무하기로 예정된 신규 선발 인턴 22명 가운데 18명이 임용을 포기했다.또 다음달 근무 예정인 인턴 4명 중에서도 1명이 미리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나머지 61명은 제주대병원 소속 레지던트로, 이중 49명이 이날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병원을 지키고 있는 제주대병원 전공의는 13명으로 전체 정원의 12%에 불과하다.
계약 만료를 앞둔 레지던트 3~4년차 등 25명이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을 지켰던 지난달보다 오히려 의료 공백이 더 커진 것이다.
제주대병원은 도내 6개 수련병원 중 근무 전공의가 가장 많고, 이탈 상황도 가장 심각한 곳이다. 나머지 수련병원 전공의는 병원 별로 많게는 30명에서 적게는 2명 수준에 그친다.
전체 전공의의 90% 가까이 빠져나간 제주대병원은 남은 의료진으론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자 이번 주부터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고,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를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미 제주대병원은 지난주부터 수술실 12개 중 8개만 가동하고 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남은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기존대로 병상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다만 중환자실의 경우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병상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는 경영난까지 불러왔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행동 후 중증 환자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70%에서 38%로 곤두박질했다. 경증환자가 빠져나간 탓이다. 정부도 남은 의료진 업무 과부하를 우려해 경증 환자들에게 개인 병원에서 치료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300억원대 적자로 비상 경영 체제를 준비 중인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병원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코로나 때와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해 손실보상금과 같은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