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야 하영 기다렸지" 76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 눈물만

"옥자야 하영 기다렸지" 76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 눈물만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AI로 복원된 아버지 만난 사연 눈길
종교의례·추모 공연 등 차분한 분위기 속 추모객들 발길 이어져
  • 입력 : 2024. 04.03(수) 17:12  수정 : 2024. 04. 04(목) 17:43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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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된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 고 김병주 씨.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3일 아침부터 짙은 안개와 함께 제주4·3평화공원에 내리던 비는 오전 10시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거짓말처럼 그쳤고 유족과 도민들의 눈물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제주4·3평화공원 광장에서 열린 이날 추념식은 생존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추념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로 나눠 진행됐으며 오전 8시 40분 불교와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의 종교의례를 시작으로 제주여고 김지원 학생의 추념시 낭송, 제주도립 제주예술단과 시립합창단의 합동공연으로 추념식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바리톤 김동규 씨와 소프라노 한아름 씨가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에는 4·3유적지 영상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염원을 담은 영상이 기념식장에 송출됐다.

3일 열린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식전공연. 제주도사진기자회

본 행사에서 이어진 유족 사연은 배우 고두심 씨가 다섯 살에 4·3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김옥자 어르신의 사연을 소개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김옥자 어르신의 손녀인 한은빈 학생이 편지 낭독으로 가족사를 소개하며 "무엇보다 할머니의 가장 큰 슬픔은 이제는 아버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망각"이라는 사연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김 어르신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아버지 고 김병주 씨의 사진과 영상이 추념식장에 송출되며 김 어르신은 76년 만에 아버지와 마주했다.

3일 열린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영상으로 아버지를 만난 김옥자 어르신과 손녀 한은빈 학생. 제주도사진기자회

영상 속 아버지는 "옥자야, 아버지다. 하영 기다렸지?"라며 "이리 와라 우리 딸, 얼마나 자랐는지 한번 안아보자"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수 인순이 씨는 '아버지'라는 곡을 열창하며 김옥자 어르신과 수많은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했으며 김옥자 어르신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고두심 씨는 "시렸던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4·3의 봄바람이 우리 모두의 아픔을 보듬고 희망의 씨앗이 널리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념식을 지켜본 유족과 도민들은 희생자들의 추모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추념식 이후 차례차례 재단에 올라 헌화하며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새겼다.

3일 열린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하는 학생들. 제주도사진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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