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제주다운 동네를 위해

[이성용의 목요담론] 제주다운 동네를 위해
  • 입력 : 2024. 04.11(목) 02:00  수정 : 2024. 04. 11(목) 02:06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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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통합된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지역에서는 원하는 정책이나 사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지방의 위기인 인구 유출을 줄이기 위해 지역이 특화 발전해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지역마다 많은 것들을 계획하겠지만, 제주는 도시 및 지역 분야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특히 도민들이 살고 있는 삶터인 도시공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제주다움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제주다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제주답다는 것을 과거의 제주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만들어진 주택들이나 택지지구 등의 건물이나 시설만 보면 이곳이 제주인지 서울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의 모습을 유지하더라도 영원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신축되는 건물에서는 박공지붕과 경계를 석축이나 담장으로 조성하길 권하는 등 최소한의 제주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외지인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도시건축에서 제주다움이란 제주 고유의 공간 특성이 토대가 되고 지속 가능한 경관이 유지되며,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둘째, 제주지역은 토지를 구분하거나 기능을 나눌 때 제주의 돌을 재료로 담장을 많이 만들었다. 앞으로 경계와 기능 등을 구분할 때 돌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이러한 요소들의 도입을 확대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사업 대상지와 조화되는 경계를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하도록 하자. 경계를 돌담으로 조금씩 조성해 나간다면 얼핏 보아서는 안보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셋째, 제주의 공공기관부터 담장이나 철재 펜스 등을 낮은 돌담이나 제주석으로 꾸며 보도록 하자. 공공기관의 경계를 허물고 도민들의 접근이 편리하고 공간이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낮은 돌담이나 제주석으로 조성한 경계는 운전자들에게도 시인성을 높여주고, 건축물을 포함한 가로경관의 개방감을 높여 줄 것이다. 경계의 목적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의 구분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예로부터 제주의 마을들은 집을 연결하는 골목을 의미하는 '올레'가 있었고, 이는 공간 간의 전이(완충) 공간으로 역할을 했고 도민들이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앞으로 제주다운 동네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주다움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성을 시대에 맞게 정립한다면, 제주는 지방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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