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거나 못쓰거나... 제주도내 장애인 편의시설 '무용지물'

없거나 못쓰거나... 제주도내 장애인 편의시설 '무용지물'
점자블록은 훼손되고 음향신호기는 접근 어려워
도민 "무선 리모콘 받았지만 사후 관리 안이뤄져"
행정당국 "불편사항 민원제기 시 즉시 시정할 것"
  • 입력 : 2024. 05.16(목) 17:35  수정 : 2024. 05. 20(월) 08:39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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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건입동 인근 점자블록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한라일보] 제주도내 시각장애인의 보행 편의를 위해 설치된 각종 시설물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는 화단 등 접근성에 떨어지는 곳에 설치됐고, 점자블록은 끊어지거나 마모된 채 방치됐다.

점형인지 선형블록인지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마모된 보도블록.

16일 제주시 건입동의 한 인도.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점자보도블록이 핀으로 박혀있었지만, 대부분이 뜯겨 나가며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또 블록이 심하게 마모돼 점형인지 선형블록인지 식별하기 힘든 곳도 있었며, 블록이 엇갈려 설치된 곳도 발견됐다.

점자블록은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나뉜다. 선형블록은 목적 지점까지 보행경로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점형블록은 선형블록의 시작, 교차, 굴절 지점에 위치해 위험지역을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즉, 두 블록은 서로 '앞으로 가라'와 '정지하라'는 신호를 동시에 주며 장애인들에게 보행 방향을 안내한다.

화단 안쪽에 자리한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은 횡단보도에도 이어졌다. 이날 연동의 한 사거리 횡단보도 앞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음향신호기 버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신호기는 횡단보도 옆 턱이 있는 화단 안쪽에 자리했으며, 화단 입구부터 신호기가 있는 자리까지의 거리도 100여 m나 돼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설치된 점자블록 인근에는 신호기 대신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한 그늘막이 자리하면서 이용자들의 혼선이 우려됐다.

도 자치경찰단측은 "도로구조상 음향신호기를 해당 위치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시각장애인협회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무선 리모콘을 보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내 한 시각장애인은 "리모콘을 받긴했지만, 한 달만에 고장이났다"며 "현시점에서 리모콘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몇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보급했으면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은 잘 하고 있는지 불편사항은 없는지 등 조사를 하고 보완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에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행정에서 협회를 통해 보급했기 때문에 사후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협회 측에서 의견을 수합해 자치경찰단에 전해줬어야 했다"며 "현재까지 협회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접수된 불편사항은 없다. 불편함을 느낀 분들은 자치경찰 측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즉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시 관계자는 "매년 관내 설치된 교통안전시설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해당 구역은 미처 조사관들이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핀 형식으로 설치하는 것은 보통 실내 설치용이라 반드시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빠른 시일 내에 현장을 방문해 보수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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