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비밀의정원~올레14-1코스~문도지오름~임도~저지곶자왈~남송이오름 둘레길~서광마로길~도너리오름 둘레길~금악정수장 입구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비밀의정원~올레14-1코스~문도지오름~임도~저지곶자왈~남송이오름 둘레길~서광마로길~도너리오름 둘레길~금악정수장 입구
오름 자락에 펼쳐진 신록의 계절 뽐내는 곶자왈의 향연
  • 입력 : 2024. 06.07(금)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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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가 지난달 25일 진행한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차 행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오래전 목장에 조성된 팽나무 쉼터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승국 시인

울창한 숲과 오름과 목장길 누벼
바위굴 등 4·3 유적 곳곳서 확인
진한 향기 백서향 제피나무 반겨

[한라일보] 우뚝 솟은 한라산, 그 주위에 오밀조밀 펼쳐진 오름과 곶자왈, 그 사이를 가로질러 바다로 이어지는 내창(하천)들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태를 치장하고 있는 오월이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첫 여정이어서 40여명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해맑고 기대가 넘친다. 문도지오름 정상을 제외하면 대체로 저지곶자왈길, 숲길, 남송이오름과 도너리오름 둘레길, 임도 등 평탄한 길이다. 오름과 곶자왈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동광리에 펼쳐져 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간단한 몸풀기 운동을 마치고, 길잡이 박태석씨의 안내로 올레14-1코스인 저지곶자왈로 들어섰다. 숲은 익숙하고 진한 향기로 우리를 맞이했다. 제피나무 향기였다. 제피는 지금 제철인 자리물회에 없어서는 안될 향료이며, 제주들판에 자생하는 최고의 향신료다.

또 저지곶자왈의 대표식물인 '백서향'이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2월에서 4월에 개화하는 제주백서향은 이른 봄에 저지곶자왈을 진한 향기로 채워주는 매력적인 식물이다. 곶자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볏바른궤'가 나타났다. 동굴속으로 햇빛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4·3 당시 저지리 주민들이 피신했던 곳이다.

애기달맞이꽃

탱자

초원으로 이뤄진 문도지오름 정상 주변에는 땅에 붙어 꽃을 피운 노루귀, 제비, 양지, 할미꽃, 엉겅퀴 등의 야생화와 인동초와 찔레가 어머니의 눈물처럼 소담하게 널려 있다. 탁트인 사방은 오름과 곶자왈의 향연, 어느 높은 오름 정상과 비교해도 바라보는 경치가 더욱 아름답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지, 청수, 산양, 무릉, 도립, 서광 곶자왈의 풍경은 신록의 푸르름을 안은 숲의 바다이다. 또한 저지, 남송이, 도너리, 금악, 원물, 정물오름을 넘어 비양도와 차귀도,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게다가 차귀도로 떨어지는 석양의 노을을 가장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문도지오름을 내려와 명성목장의 말떼들과 짧은 인사를 전하고 임도를 걷는다. 점심 시간이다. 트레킹의 땀방울 탓이기도 하지만 임도의 길가에서 먹는 식사는 입맛을 돋웠다. 동행하는 길위의 인연은 소중하다.

쥐똥나무

콩짜개덩굴

큰개불알풀

저지곶자왈로 들어서자 개가시나무, 빌레나무, 때죽나무, 녹나무 등이 우거지고 그 밑에는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이 무성하다. 땅바닥에는 용암쇄설류의 바위와 돌이 나무 뿌리에 둘러쳐 있다. 중간마다 목장과 산전을 나눴던 잣담을 볼 수 있다.

저지곶자왈을 힘들게 빠져나오자 남송이오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걷고 있노라니 하얀 메밀밭이 나오고 오름 북쪽 맞은편, 대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소로기 화전민 옛터'가 보인다. 일제 강점기와 4·3사건을 거치며 중산간 마을의 설촌 근거였던 제주의 화전마을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화전마을의 형태, 구조, 이웃 마을과의 연관성 등을 연구해 제주 마을의 원형을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쇠뿔고사리

볏바른궤

오름 북사면에 2개의 굼부리가 있고 지형지세가 날개를 편 소르기(솔개)를 닮았다고 해서 남소르기로 불리다 남송이오름이 되었다. 남쪽에 위치한 오설록 녹차밭을 낀 남송이오름 둘레길을 걷다보니 서광마로길로 이어지는 오름 자락에 탱자나무 군락지가 있어 이채로웠다.

초여름 날씨처럼 오후 햇살이 뜨거웠지만 푸르른 목장길을 걷다보니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멋있는 폭낭(팽나무) 그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 일행은 무더위 속에서도 커피와 음료를 나눠 마시며 길위의 친근한 인연을 나눴다.

오승국 시인·제주작가회의 회장

다시 걷는다. 휴식년제라 오르지 못하는 도너리오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제주서부 오름의 제왕답게 그 둘레길도 길다. 토벌대를 피해 숨어 들었던 '큰넓궤', 온 마을이 불타 없어진 '삼밭구석', 시신없이 묻은 '헛묘' 등 동광리 4·3유적지가 지척에 있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 떠오른다.

종착점에 도착했다. 무더위를 이겨내고 15㎞에 이르는 긴 여정을 걸어온 참가자들의 피로를 서로 위로해 줬다.

<오승국 시인·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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