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비행장-송남숙
[한라일보] 정석비행장 간다고 했는데
유채꽃과 벚꽃 보러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유채꽃은 오고 있는데 밑창에 빈 땅을 군데군데 묻히고 있었습니다
공터에서
말 키우는 한 사람을 보러온 것인데
말 타는 사람들뿐이어서
나는 돌아갑니다
비행 훈련을 받는 사람이 제주 바람 때문에
애를 먹지만
측풍 10 나트 정도엔 내 안에 무리 없이 내릴 수 있다는 쪽지를 남겨둡니다
정석비행장만 한 내 마음 허공엔
피지 않은
유채꽃과 벚꽃이 물처럼 쓸려갑니다
삽화=배수연
'나'의 마음엔 말 키우는 한 사람이 찍혀 있습니다. 그가 없었기 때문에 화자가 정석비행장으로 꽃 보러 간 것인지 정석비행장으로 간 그를 쫓아 화자가 간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정석비행장'이라고 하면 유채꽃 길이라고 알아듣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시기상조였던 모양인지 그 '한 사람'도 꽃도 만나지 못한 화자는 돌아섭니다. 사진도 못 찍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제주 바람' 탓인 듯합니다. 그래서 쪽지를 남깁니다. "측풍 10 나트 정도엔 내 안에 무리 없이 내릴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그러는 마음의 큰 허공 속으로 피지 않은 유채꽃과 벚꽃이 쓸려갑니다. 어쩐지 비 오는 날인 것 같고, 주변이 어두워질 것만 같습니다. 말(馬) 지키는 자인지 말(言語) 지키는 자인지 그는 과연 있기는 한 사람인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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