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잘 알려진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는 오로지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런 쿤데라의 삶의 궤적을 '르몽드' 기자이자 소설과 전기 여러 편을 발표한 플로랑스 누아빌이 따라가봤다. 개인의 삶을 앞에 내세우는 일반적인 전기 방식의 구성이 아닌 쿤데라의 작품 속 문장을 찾아 인용하고 그것에 쿤데라의 삶을 대입시켰다. 마치 산책하듯, 쿤데라의 삶과 작품 속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완성환 책이 '밀란 쿤데라:"글을 쓰다니, 참 희한한 생각이네!"(뮤진트리 펴냄)다. 저자는 책에서 밀란 쿤데라의 삶의 길을 그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되짚어본다.
저자는 "밀란 쿤데라가 나를 신뢰한 것은 내가 작품을 작가와 구별하려 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고? 그의 책들 아닌 다른 어디에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쿤데라를 제대로 만나려면 그의 작품 속을 산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2023년 7월 밀란 쿤데라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한 달여 전에 프랑스에서 출간됐는데, 쿤데라 부부와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저자가 실제로는 쿤데라 삶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안부를 나누며 마무리한 책이다. 기자로서, 기자를 싫어하는 작가와의 만남을 어렵사리 시도해 운 좋게 허락된 그 인연은 쿤데라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는데, 덕택에 이 책에는 쿤데라 부부와의 우정을 바탕으로 저자의 쿤데라 작품에 대한 깊은 경탄과 이해가 가득하다. 또 쿤데라의 역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저자 덕택에 이 책을 통해 쿤데라의 생각 등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저자는 쿤데라의 삶은 그의 소설들의 짜임 속에 통합돼, 변형된 모습으로 갈아 넣어져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삶을 작품과 분리하길 원했다고 오해하는데, 그의 삶의 진실은 바로 소설 속에 있고, 쿤데라에게 삶의 무게를 갖는 유일한 삶은 작품에 의해 '굴절된' 삶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쿤데라의 작품에서 뽑아낸 텍스트들을 비롯해 그와 나눈 대화 조각들과 그와의 추억들, 그의 자취를 찾아 떠난 보헤미아 여행 수첩, 많은 사진과 데생 등을 이 책에 모았다. 출판사는 그 목적에 대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한 사람, 우리의 꿈과 거짓말이 어떤 농담을 먹고 자라는지를 부단히 제시해온 이 아이러니와 환멸의 거장을 발견하고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병욱 옮김.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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