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노꼬메 입구∼노꼬메 정상∼노꼬메둘레길∼산수국길∼족은바리메둘레길∼바리메 임도∼바리메 입구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노꼬메 입구∼노꼬메 정상∼노꼬메둘레길∼산수국길∼족은바리메둘레길∼바리메 임도∼바리메 입구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오름과 숲속 거닐다
  • 입력 : 2024. 07.19(금) 03: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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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진행된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아 코스를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이 큰노꼬메 능선을 걸어가고 있다. 오승국 시인

일제강점기 4·3 등 아픔 서린 곳
숲의 요정 산수국 만발 사로잡아
날씨 의외로 안좋아 코스도 단축




[한라일보] 비 내리는 유월의 끝자락이다. 청년시절 오름의 매력에 빠질 즈음, 노꼬메와 바리메는 제일 많이 찾았던 오름이다. 프랑스어 같기도 하고 몽골어처럼 신비한 오름 지명이 내 마음을 당겼던 것이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는 개인적으로 최초의 우중산행이었다. 애초의 트레킹 동선은 13㎞의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예상밖의 폭풍우로 족은노꼬메 둘레길과 바리메 정상과 둘레길이 취소되면서 비교적 짧은거리로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노꼬메, 족은노꼬메, 바리메, 족은바리메오름은 예로부터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마을 사람들에게는 목축과 나무와 숯을 생산하는 경제의 터전이었다. 4·3시기에는 주민들이 피신했다가 희생되기도 하는 죽음의 길이기도 했다.

노꼬메 아래쪽에 있는 궷물오름과 바리메 위쪽에 있는 안천이오름과 함께 형제들처럼 오름군락을 이뤄 애월읍 장전리, 유수암리, 상가리, 어음리에 걸쳐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 목마장 구분으로 5소장에 해당돼 산마장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지금도 국유림과 경계를 이루는 상잣담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삶의 전통은 지금도 노꼬메, 바리메 앞으로 펼쳐진 애월중산간 마을들의 공동목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여기서 시작되는 숲의 행렬은 소길리와 어음리쪽으로 이어져 애월곶자왈을 이루고 있다.

뱀무

산수국

산딸기

고추나무



탐방은 산록서로 노꼬메 입구에서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려 버스에서 우의를 입는 등 완전 무장했다. 우중산행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갖가지 우의가 등장했지만 필자는 주최 측이 내어준 비닐우의를 걸칠 수밖에 없었다. 빗속에서 우리는 걷는다. 자연을 만나 숲과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폭풍우 속에서 숲이 전하는 아늑함은 특별한 기쁨이다. 목장 길가의 야생화들이 비를 맞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들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꽃을 피울 것이다.

노꼬메 등산로 입구에 말 한 마리가 비를 맞고 있다. 큰 눈망울이 유독 애처롭게 느껴진다. 혹여나 비를 맞으며 걷는 우리에게 전한 애닮은 인사는 아니었는지.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치고 우리는 삼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등산로를 치고 올라 노꼬메 정상을 향한다. 오늘의 최고 난코스다. 숨이 차오른다. 오름 외각 9부 능선의 억새 사이에서 산나리 주홍색 꽃이 비바람 속에서도 유연하게 흔들리며 고고함을 잃지 않는다. 거센 폭풍우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노꼬메 정상이다. 거의 폭풍우가 내려 꽂힌다. 비구름에 가려 장엄한 경관이 보이지 않는다. 일상의 날씨였으면 노로오름, 붉은오름 건너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웅장하게 보였을 것이고, 한림 비양도에서 애월, 제주시내의 오름,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데 아쉬웠다. 노꼬메는 큰 높이와 가파른 사면으로 형성돼 남북 양쪽에 두 개의 봉우리를 품은 거대한 화산체다. 북서쪽으로 파여진 말굽형 굼부리에는 암설류가 흐르던 소구릉을 볼 수 있다. 4·3 당시 이 분화구에 피신했다 잡힌 한림출신 법조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큰까치수염

가지고비고사리



노꼬메 정상에서 하산해 뒷사면 둘레길을 걷는다. 비는 계속되고 우리는 안전한 발걸음을 위해 땅을 보며 걸었다. 먼 시선을 줄 겨를이 없다. 숲의 요정 산수국 군락이 나타났다. 우중 오아시스를 만난 환희의 순간이다. 유월말이라 개화한 지 얼마 안됐지만 빗물 품은 잎사귀와 꽃의 모습은 오히려 영롱하다. 게다가 듬성듬성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기도 했다.

걷다 보니 서어나무를 비롯해 산딸·단풍·때죽·졸참·참꽃·쥐똥·윤노리 나무들이 즐비하다. 또 천남성·박새·꽃향유의 초본류, 석송·고비·관중 등의 양치류가 숲 아래 살고 있다. 비오는 날이라 휘파람새·직박구리·꾀꼬리·뻐꾸기 등 유월의 새들은 날지 않고 숲속에서 울고 있다. 휘몰아친 비바람 탓에 패싱한 바리메오름은 물이 풍부해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했으며, 4·3시기 피난처로 1993년 2구의 유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큰눈물버섯

작살나무



마지막 여정이다. 승려의 발우그릇 닮았다 하여 불리워진 바리메와 작은바리메 사이로 난 물길과 공초왓길에 있는 임도와 목장길을 따라 내려와 오늘의 우중산행을 마무리 했다.

한낮에 즐겁게 먹었던 점심도 걸렀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도시락을 함께했다. 또다른 평화의 시간이었다.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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