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아! 쌤~아동학대!"라며 교실에서 큰 소리로 외치며 웃는 아이 모습은 교실의 흔한 풍경이 됐다. '아동학대'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을 때, 지도에 따르기 싫을 때 웃으면서 던지는 장난말처럼 돼버렸다. 말이 갖는 무게와 의미는 사라지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합리화하고 싶을 때 희화화하며 쓰는 말이 된 것이다.
'아동학대'라는 단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친권자들의 아동 학대 사망 사건들이 밝혀지며 2014년 '아동학대법'이 재정된 이후다. 보호자라는 미명하에 끔찍한 학대를 자행했던 이들의 영상이 뉴스를 메웠다. 심각한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23년,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들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사건의 배경에는 '아동학대'라는 이유로 수많은 교육자들이 고소·고발 당하며 교육활동이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와 연결되어 있다. 2023년 기준 4년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하여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6%이며 나머지의 87%는 수사할 필요가 없어 정식 사건처리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 접수되는 민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해 본다면 정상적이고 정당한 교육활동과 지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서이초 교사의 순직 1주기가 되었다. 사람들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사건도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잊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였는가. 해결되고 있는가.'일 것이다. 지난해 순직 사건 이후 한 달 만에 교권보호 5법이 '초단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체감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미미한 수준이며 결정적으로는 아동학대처벌법 17조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는 지나치게 모호한 '아동학대' 기준이 변하지 않는 한 정당한 생활지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형국이다.
지난 7월 5일 국회 교육위 백승아 민주당 의원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아동학대를 '정서적 학대행위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명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이 모두에게 최적의 안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법안은 첨예한 입장 대립을 수반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더 나은 길을 찾아가야 한다. '어떻게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인지' 그리고 '정당한 생활지도와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행위가 학대가 되는 비극을 막을 것인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법안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 <허수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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